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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랍에서 석방까지 41일간의 ‘악몽’

등록 2007-08-28 22:28

(서울=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에 의해 한국인 인질 23명이 납치된 것은 지난달 19일.

피랍 소식은 이튿날인 지난달 20일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아프간 가즈니 주(州) 고속도로를 이동하던 중 탈레반에 납치됐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로 국내에 전해졌고 정부는 합동대책본부를 설치, 정확한 상황 파악과 함께 피랍자의 무사 귀환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탈레반은 애초 7월21일 정오까지 아프간 주둔 한국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불응시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 피랍자 가족을 비롯한 전 국민의 애간장을 태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납치세력이 정한 시한을 2시간 앞두고 이례적으로 미국의 뉴스 전문 케이블채널 CNN을 통해 인질의 무사하고도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생중계로 전 세계에 전달했다.

1차 통첩시한이 지난 뒤 탈레반 대변인을 자칭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7월22일 오후 2시30분까지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재차 위협한데 이어 협상시한을 22일 오후 7시까지 1차 연장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과 문하영 본부대사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책반을 아프간 수도 카불에 파견해 현지의 부족 원로들에게 석방중재 요청을 하는 등 본격적인 물밑 접촉에 착수했다.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을 요구하면서 협상시한을 7월23일 오후 7시까지 2차 연장한 뒤 7월24일 오후 7시까지 또다시 연장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자 이번에는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직접 협상으로 급선회했다.


탈레반은 7월24일 탈레반 수감자 8명과 한국인 인질 8명을 맞교환하자고 요구하면서 이튿날(25일) 오후 2시까지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주지 않을 경우 한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탈레반은 7월25일 협상 실패를 선언하면서 자원봉사단을 이끌던 배형규 목사를 살해, 설마 했던 인질 살해 위협은 현실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인질 8명이 석방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결국 오보로 판명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 재연됐다.

배형규 목사의 피살로 인해 경악과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한국인 인질 가운데 임현주씨가 7월26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랍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인질의 안부를 전했다.

탈레반은 이어 7월27일 한국인 인질석방 협상기한을 무기한 연장했고 정부는 백종천 특사를 현지로 급파,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7월30일 협상 완전 실패를 선언한 뒤 인질 살해를 결정했다는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의 보도가 나왔고 한국인 인질 22명 가운데 심성민씨가 추가 살해됐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는 인질과 탈레반 맞교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인질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국무부 역시 테러리스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해 협상 전망을 어둡게 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 속에 8월1일 개최된 미국-아프간 정상회담에서도 테러리스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재확인됐다.

이에 탈레반은 한국인 여성 인질과 탈레반 여성 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했고 한국과 탈레반 협상단이 8월10일 첫 대면협상을 벌였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8월11일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고 이틀 뒤인 13일 김경자씨와 김지나씨가 극적으로 석방됐다.

양측 협상단은 8월16일 가즈니 주에서 대면협상을 재개했으나 탈레반은 인질 석방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 23명의 석방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18일에는 한국이 협상에 미온적이라며 인질 1~2명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석방된 김경자씨와 김지나씨가 17일 인도 델리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분산 수용된 한국인 인질들이 20일 "한 곳으로 모아달라"고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착 상태에 빠진 석방 협상은 8월25일 외신을 통해 한국인 인질 19명에 대한 석방합의설이 나오면서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미국 CBS가 8월27일 탈레반이 대면협상 이후 여성 인질 3~4명을 추가 석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협상 성과가 가시화하는 듯했다.

아울러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아랍권 국가 중 맏형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압둘라 국왕에게 인질 석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고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게도 노 대통령의 협조 요청 친서를 전달했다.

마침내 8월28일.

23명의 무고한 한국인이 납치된 지 41일째 되는 날 한국과 탈레반 협상단은 가즈니 주 적신월사에서 대면협상을 재개, 인질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했으며 한국 정부가 이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한달하고도 열흘동안 계속되던 '악몽'에 종지부를 찍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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