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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간사태 최대 희생자는 ‘한국언론’

등록 2007-08-29 00:15

(서울=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 그리고 한국 언론.

테러세력 탈레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정치적인 실체를 인정받았고, 한국 정부는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21명이나 되는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도 사건 전개과정에서 `테러세력과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꿋꿋이 고수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유일한 패배자는 한국 언론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언론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직접 팩트(fact)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AP나 AFP 등 세계 유수 통신사뿐 아니라 중국의 신화, 일본의 교도통신 등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국가의 언론사들조차 사건 발생 이후 아프간의 사건 현장에서 취재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한국의 기자들은 아예 아프간 땅을 밟지도 못했다.

한국의 언론사들도 아프간 현장으로 취재진을 파견하려고 했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아프간 정부가 기자들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언론사들은 파키스탄과 두바이 등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들에 취재진을 파견하거나, 아프간 현지 통신원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사건 진행 현장을 직접 취재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 언론은 무려 41일간이나 계속된 이번 사건의 진행상황을 전적으로 외신에만 의존해야 했다.

일부 외신이 아프간 정부가 인질구출 작전을 감행했다는 대형오보를 냈을 때도 팩트 확인이 불가능한 한국 언론은 이 같은 오보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현장을 지키지 못한 대가로 속절없이 진실을 희생시킨 순간이었다.

현장 취재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 누구 탓이냐를 떠나 한국의 모든 언론사들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인질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 언론의 과도한 기사경쟁을 자제할 수도 있지만, 진실에의 접근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토록 강요당한 것은 곱씹어 볼 만한 일이다.

이번 인질사태는 언젠가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지만, 한국 언론은 두고두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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