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석방 ‘이면합의’ 있나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이 41일만에 한국인 인질 19명을 전원 석방키로 합의하면서 내건 석방조건은 5개항에 달하지만 그 외에 '이면 합의' 조건이 있었는지가 또다른 관심사로등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문서화된 합의는 아니지만 구두로 탈레반이 내세운 인질석방 조건은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철수 ▲아프간에서 체류중인 한국 민간인의 8월내 전원철수 ▲한국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금지 ▲한국 인질 출국 때까지 공격 중단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 포기 등 5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이미 한국군 연내 철군을 천명했고 새 여권법에 따라 아프간 여행이 금지된 상태며 기독교단체 내부에서조차 무리한 해외선교 방식에 대해 이견이 제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구두 합의사항들이 인질석방 협상의 결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인질 살해까지 서슴지 않는 탈레반이 전원 석방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협상 관례상 공개되지 않는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추정해볼 수 있는 이면 합의 사항으로 이슬람 라마단(금식월) 특사로 장기복역중인 탈레반 수감자 일부를 석방해줄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탈레반측이 요구하는 수감자를 풀어줄 수 없지만 이슬람 최대명절인 라마단을 앞두고 통상 시행되는 '특사 형식'을 빌어 석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간과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초래할 '맞교환'이라는 형식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아프간 정부를 설득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탈레반측도 이 방안에 대해 "라마단 특사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한다면 이는 탈레반의 뜻을 존중하는 것으로 좋은 조치"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경우 특사 형식으로 석방되는 탈레반 수감자들이 내야 할 보석금을 한국측에서 부담하기로 합의했을 것이란 추정도 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몸값을 지급했을 가능성도 상정해봐야 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각국 언론들이 몸값이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경우 탈레반이 인질 1인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한다고 지난 26일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1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고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풀어내기 위해 2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탈레반이 발표한 석방 합의 조건에는 한국 정부가 인질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어떠한 금품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 협상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아프간 정부에 대해 공적지원자금(ODA) 약속 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탈레반이 협상 막바지이던 지난 19일 대면협상 이후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면서 "현재 아프간 정부는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기 때문에 원조국으로서 한국이 아프간 정부에 압박을 가한다면 수감자-인질 교환은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압박했던 점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관현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