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28일 한국인 인질 19명 전원 석방키로 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끝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아프간 가즈니주에서 한국인 인질 23명을 납치해 무려 41일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탈레반은 이번 사건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당초 한국인 인질들과 같은 수의 동료 수감자 석방을 요구해온 탈레반은 한국측과 인질 석방을 합의하면서 이 요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표면상으로 탈레반은 인질 납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인질협상 과정 등을 짚어보면 탈레반은 동교 수감자 석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몰락한 무장단체였던 탈레반은 인질들을 볼모로 아프간은 물론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국가 대표단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했고 미국과 유엔, 교황청 등의 개입을 요구함으로써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특히 적대 관계의 아프간 정부측이 지켜보는 앞에서 두 차례나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탈레반은 지난 11일 협상장인 적신월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2001년 정권 붕괴 후 6년 만에 미디어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인질 석방 합의를 발표한 28일에도 아프간 정부측의 방해를 무릅쓰고 일부 기자들과 회견을 강행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인질석방의 합의 조건으로 한국정부로부터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 철수, 아프간내 한국 민간인 8월안 전원 철수, 한국의 기독교 선교단 아프간 입국 금지 등 약속을 이끌어냈다.
물론 한국군의 연내 철수 문제는 한국정부가 이미 계획했던 것이지만 몰락한 무장단체가 외국 정부로부터 철군에 관한 확약을 받아냈다는 것은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독교 선교단의 입국 금지를 이끌어낸 것도 나름의 종교적 영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 물론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과거 테러단체들이 인질사건을 통해 거액의 몸값을 챙겨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점을 감안하면 탈레반은 이번 인질석방 과정에서도 몸값을 챙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한국인 인질 사태를 통해 탈레반은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물론 한국군의 연내 철수 문제는 한국정부가 이미 계획했던 것이지만 몰락한 무장단체가 외국 정부로부터 철군에 관한 확약을 받아냈다는 것은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독교 선교단의 입국 금지를 이끌어낸 것도 나름의 종교적 영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 물론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과거 테러단체들이 인질사건을 통해 거액의 몸값을 챙겨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점을 감안하면 탈레반은 이번 인질석방 과정에서도 몸값을 챙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한국인 인질 사태를 통해 탈레반은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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