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논의 없었다” 못박아…항공료 빼곤 ‘구상권’ 없을듯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 전원 석방 합의가 보도된 뒤 ‘몸값’ 지불을 둘러싼 논란이 네티즌 사이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정부나 탈레반 모두 몸값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일본 언론들은 최근 탈레반의 몸값 요구 보도를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몸값의 진실은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면 합의’란 사안의 성격상 돈을 준 쪽이나 받은 쪽이나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간 등에서 납치된 외국인들의 석방 뒤 몸값 논란이 불거졌지만, 소문만 무성한 채 흐지부지되곤 했다.
납치 세력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정부로선 설령 몸값이 지불됐다고 해도 밝힐 수 없는 처지다. 탈레반 또한 재집권을 노리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고려해 되도록 몸값에 대해선 입을 다물려 한다. 미국에 맞서 ‘성스러운 전쟁’을 벌이는 탈레반이 돈을 요구했다면 그들이 강도 집단임을 고백하는 꼴이 된다.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는 석방 합의 뒤 “이면 협상은 없었고 돈도 안받았다”며 “40일 동안 (인질들을) 먹이고 재워준 데 대해 돈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인질을 석방할 때 거액의 몸값을 챙긴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3월 납치한 이탈리아 기자를 풀어줄 때 2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초기 협상 때 온건파 탈레반 지방 조직의 기반인 가즈니 지역에 병원·학교 건립 약속을 하는 등 탈레반의 몸값 요구에 신축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 등 일부에서는 정부가 석방된 19명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부가 몸값 지불을 공식 부인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변제를 청구하는’ 구상권 행사를 할 수는 없다. 다만 피랍자들의 귀국 항공기 삯 등은 당사자들이나 분당샘물교회 쪽이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5월 이라크에서 납치됐다 풀려난 일본이 2명한테 석방 교섭과정에서 쓴 돈 237만엔(약 1950만원)을 청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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