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미-탈레반’ 최근 진행
사우디·인도네시아도 도움 손길
사우디·인도네시아도 도움 손길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의 석방 합의에는 복잡한 주변정세와 이슬람권 국가들의 물밑 노력도 한몫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미국-탈레반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으로 최근 전해진 3자 평화협상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프간 정부는 아프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은 아프간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큰 데다 송유관 설치 등 경제적 이해가 걸렸다. 탈레반은 미국과 전면전이 어렵고 지지 기반을 넓히는 게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들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평화협상이 진행되는 분위기 속에서 인질석방에도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중동정치)는 “여러가지가 맞물렸지만, 3자 평화협상 진행이 결정적인 열쇠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도 막판에 적극 지원했다.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과거 탈레반 정권 집권시 탈레반을 승인한 3개 나라 가운데 하나다. 탈레반의 종교 지도자와 연계돼 있고, 상당한 물적지원을 하고 있어 탈레반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친다. 이에 송민순 장관은 사우디를 찾았고, 압둘라 국왕은 ‘탈레반의 행위는 이슬람의 평화, 우의, 자비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탈레반을 압박했다.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최종 협상테이블에 직접 나왔다. 적신월사와 함께 양쪽의 합의를 보증하는 역할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3천여만명 가운데 86%가 무슬림으로, 세계 무슬림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탈레반이 이슬람회의기구(OIC)에 속한 이슬람국 대표의 협상 참여를 요구하자, 정부는 한국과 관계가 비교적 긴밀한 인도네시아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최대 무슬림 조직들도 인질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압둘라 탈레반 사령관도 석방의 이유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우리의 무슬림 형제들도 협상에 간여했다”고 꼽았다. 인도네시아는 대면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은 적신월사에도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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