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이 이라크 완전 철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영국군 약 550명이 2일 이라크 2대 도시 남부 바스라 시내 대통령궁에서 외곽 바스라 공항기지로 철수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3일 보도했다. 바스라궁은 영국군이 이라크에서 유일하게 전투 임무를 맡아온 곳이어서, 이번 철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영국군은 바스라궁의 치안 관리를 이라크군에 넘기고, 공항기지 안에서 기존 병력 5천명과 함께 이라크군 훈련 등 비전투 업무만 맡을 예정이다.
이번 조처로 철군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이며, 미군 등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총리도 “철군 일정은 없다”고 3일치 <데일리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영국군 철수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번에 철수한 병력은 오는 가을 귀국하고, 나머지 5천명의 철수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이라크 철수 직전 단계”라고 평가했다. 야당인 자민당의 멘지스 캠벨 당수는 “공항 기지 안에서 어떤 유용한 군사기능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더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바스라궁 철수는 영국 고위 장성들이 잇따라 미국을 비판한 뒤 진행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을 지낸 마이크 잭슨 장군은 1일 미국의 전후 정책이 “지적으로 파탄났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전후 계획 작성에 참여한 팀 크로스 예비역 소장은 전후 혼란을 경고했지만 미국이 무시했다고 2일 비판했다. 미국은 영국군 철수로 바스라 지역의 치안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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