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바르 회장 6시간 방북…투자 신호탄 주목
불모의 사막을 첨단 도시로 바꾼 ‘두바이 신화’의 주인공 알리 라시드 알라바르(51) 아랍에미리트연합 에마르부동산 회장이 지난 5일 북한을 전격적으로 방북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께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 ‘글로벌 익스프레스 엑스아르에스(XRS)’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입국해, 6시간 동안 북한에 체류한 뒤 중국 다롄으로 떠났다. 그는 앞서 오전 11시 김포공항을 떠나 서해직항로로 평양에 도착했다. 외국인이 자가용 비행기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한 것 역시 처음이다.
그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평양 곳곳을 둘러봤다. 평양의 특급 호텔인 고려호텔과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남은 105층짜리 류경호텔을 직접 찾았다. 그는 “북한의 어마어마한 군사퍼레이드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그 현장을 보고 싶다”며 북한 쪽에 특별히 요청해 김일성광장을 찾기도 했다고 방북에 동행한 박상권 평화자동차그룹 사장이 8일 전했다.
그는 주체사상탑에서 “우리나라는 사시사철 모래바람이 불고 섭씨 45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는 사막지대인데, 평양은 녹지도 많고 공기도 맑아 너무 좋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리 부위원장은 “알라바르 회장이 예의바르고 열정적인데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 한번 손잡고 일해볼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6시께 평양 순안공항에서 ‘여름철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다롄으로 날아갔다. 북한이 외국인에게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제3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늘길을 열어준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의 짧은 평양 관광이 투자로 이어질 것인가? 그는 서울을 떠나면서 “현재로선 북한에 대한 특별한 투자계획이 없다”면서도 “그쪽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자락을 깔았다. 북한이 그에게 보여준 것 가운데 우선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호텔이다. 박 사장은 “북-미 관계에 변화 조짐이 생기면서 유럽과 중동에서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그의 방북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연합뉴스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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