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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코앞 ‘부토 협상’ 미완성…샤리프 전 총리 귀국 준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났던 나와즈 샤리프(58) 전 총리가 10일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파키스탄 정국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미 베나지르 부토(54) 전 총리까지 귀국을 밝힌 상태여서, 파키스탄은 무샤라프-부토-샤리프 3명이 얽힌 복잡한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1990년대 총리를 두 차례 지낸 샤리프가 8일 런던에서 “나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날은 파키스탄 국민이 승리한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무혈 쿠데타 뒤 2000년 망명길에 올랐던 샤리프는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귀국할 권리가 있다”는 결정을 받은 뒤 귀국을 서둘러 왔다. 9~10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무샤라프(64) 대통령은 올해 초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을 해임하려다 실패한 이후 지지도가 급락하고, 야당이 정권퇴진 운동을 가속화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겪어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위기 타개를 위해 역시 망명 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권력분점’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 협상도 ‘무샤라프 대통령의 참모총장직 겸직 포기’ 문제에 걸려 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은 반정부 세력에 새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부토 전 총리마저 귀국을 감행해 정계에 복귀할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은 결집된 야당 세력의 퇴진 압력과 맞닥뜨려야 한다. 오는 11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의 귀국을 막으려고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모하마드 알리 두라니 공보장관은 8일 “샤리프 전 총리가 2000년 망명 당시 범죄 혐의를 면제받는 대신 10년간 귀국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고 주장했다. 서약 당시 보증인 노릇을 했던 사우디의 정보책임자 무크린 빈 압둘 아지즈와 레바논의 정치인 사드 하리리도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샤리프 전 총리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샤리프 전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부패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샤리프 총리의 지지자 몇백명도 체포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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