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라마단 특사로 탈레반 수감자들이 잇따라 풀려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랍 한국인 인질의 석방조건으로 라마단 특사 때 탈레반 인질을 풀어주기로 이면합의했다고 전해진 바 있어, 석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간의 중립적 비정부단체인 ‘평화지지협의회’는 “아프간 대통령의 라마단(이슬람의 단식월) 특별사면으로 카불 북쪽 바그람 미국 공군기지에 수감됐던 탈레반 17명이 오늘 석방됐다”고 <연합뉴스>와의 간접통화에서 11일 밝혔다. 바그람 미군 기지에 수감된 탈레반은 상당히 비중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석방의 배경이 주목된다. 앞서 아프간 정부는 9일 강성 탈레반 장악지역인 헬만드주 교도소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7명을 첫 라마단 특사로 석방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사이드 샤리프 유수피 평화지지협의회 카불지회 회장은 “몇 주 안에 추가로 바그람 기지와 폴리차르키 중앙교도소 수감자가 석방될 것”이라며 “풀려난 탈레반 수감자는 국제안보지원군과의 교전에서 체포된 25살 이상의 남성으로, 몇몇은 중위급 지휘관”이라고 전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도 바그람 기지에 수감된 몇몇 탈레반 대원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인질 19명 석방에 전격 합의하자, 합의 배경으로 ‘몸값 제공’과 함께 ‘라마단 특사’ 이면합의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아프간 주둔 한국군 200여명의 연내 철수 △아프간 선교활동 중단 등을 합의조건으로 공식발표했지만, 사건 초기 이미 탈레반에 약속한 내용들이어서 의문을 낳았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줄곧 요구한 인질-포로 맞교환 요구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라마단 특사에 탈레반 수감자를 포함시키는 ‘간접 맞교환’에 합의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13일께 시작되는 라마단은 이슬람권에서 성스러운 달로 여겨져, 관례적으로 한국의 ‘3·1절 특사’나 ‘광복절 특사’처럼 대규모 특사를 단행한다.
김순배 기자, 연합뉴스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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