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성향 압둘 아부리샤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협조해 온 이라크의 유력한 수니파 지도자가 13일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이 주장한 ‘이라크 상황 호전’에는 의구심이 더해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압둘 사타르 아부리샤(사진)가 경호원 2명과 함께 안바르주 라마디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폭탄테러로 숨졌다고 <에이피>(AP)통신 등 외신들이 긴급 보도했다. 아부리샤 일행은 모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부리샤는 알카에다로부터 안바르주를 되찾겠다며 미군과 손잡은 수니파 부족 연합의 주요 지도자로, 지난해 미군의 후원을 받아 부족장 연합조직을 구성하는 등 미 정부와의 관계에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주 부시 대통령이 이곳의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 했을 땐 ‘영접단’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아직 어떤 세력도 아부리샤 암살을 자행했다고 나서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알카에다가 반대세력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이라크에서 미국의 노력이 크게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리샤는 이날 오전 라마단 첫날을 맞이해 집에 빈민들을 초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들 가운데 폭탄을 설치한 사람이 있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아부리샤 사망 후 경찰은 라마디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를 ‘영웅’이라 부르던 라마디의 주민들은 “아부리샤 덕분에 우린 아이들을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며 “알카에다의 검은 날들이 돌아올까 두렵다”고 말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반면 이슬람주의자들은 웹사이트에서 그를 “십자군들의 커다란 돼지 한 마리”라고 부르며, 그가 “지옥에서 라마단을 보낼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아부리샤는 원래 미군이 주도하는 이라크침공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알카에다가 그의 아버지와 두 형제를 살해해 충격과 배신감에 빠진 나머지, “호의를 무시한” 알카에다에 대한 ‘복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바르주의 부족 지도자들의 설득에 나서 적어도 200여명의 지도자를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경비대·경찰을 구성해 치안을 돌봤으며, 최근 미국 쪽에선 안바르주의 치안 상황이 개선됐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