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금지국 사우디 여성들 정부에 진정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부 여성들이 위원회를 꾸려 정부에 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여성운전권요구위원회 창립자 파우지야 알오유니는 “여성의 운전면허 취득 요구는 종교적,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요구라는 점을 정부 관료들에게 설명하겠다”며 “오는 23일 사우디 국경일에 맞춰 압둘라 국왕에게 진정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진정을 계기로 여성의 ‘빼앗긴 권리’인 운전권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은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2005년 35~40살 여성들이 시내 도로에서는 동반 남성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던 사우디 자문위원회의 모하메드 알줄파는 시민권을 박탈당할 뻔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하는 사우디 정부는 자국 여성은 물론 외국인 여성의 운전도 금지하고 있다.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남성과 어울릴 기회가 많아져 도덕이 붕괴될 것이라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매달 300~400달러의 비용을 들여 운전사를 고용하거나, 남성 친척들이 모는 차를 이용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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