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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설 진상은 뭘까?

등록 2007-09-19 00:32

지난 6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공 침범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사실 관계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스라엘 전투기 여러 대가 6일 새벽 시리아 영공을 침입했다가 시리아 군의 대공포 공격을 받고 달아난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의 골격이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폭탄을 투하했고, 일부 전투기는 황급히 달아나기 위해 보조연료 탱크를 버리기까지 했다.

이는 시리아 정부의 발표로 확인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시리아 핵 시설 공습설과 헤즈볼라 전달용 무기 저장소 공격설 등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언론은 안보문제에 관한 정부의 보도통제 지침을 따르기 때문인 지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미국 언론이 전하는 내용을 인용 보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해 시리아 영공을 침범한 사실은 도외시되고, 오랜 우호관계를 맺어온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가능성을 제기하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해 사건의 본질이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왜 침묵하나 = 이번 사건의 주체인 이스라엘은 무슨 이유에선 지 지난 6일 새벽 시리아 영공을 침범한 동기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이스라엘의 침묵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함구 정책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것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스라엘 언론은 18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다하프 연구소가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메르트 총리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35%를 기록해 시리아 영공 침범사건 직후인 지난 7일의 조사 때에 비해 10%포인트 치솟았다.

특히 응답자의 20%는 이번 작전을 계기로 올메르트 총리를 좋게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의 레바논 전쟁에서 패전 논란에 휘말려 사임압력을 받아온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이 가져온 효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을 중동의 대표적인 현안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중동평화 회의다.

이 회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다는 각오로 지난 7월 제안한 회담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19∼2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 회담에 대해 이스라엘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스라엘은 부시 대통령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회담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의 대표로 회담에 나설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 진영은 이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원칙을 세우고, 구체적인 이행일정을 다짐받으려 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관한 선언적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입장과는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압바스 수반 진영은 이미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회담이라면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회담의 구속력을 키우기 위해 초청하려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친미 아랍권 국가들은 이번 회담이 중동평화를 진정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시리아 등 분쟁 당사국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친미 아랍국가들은 또 압바스 수반의 입장에 동조해 구체적인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사진만을 찍기 위한 정치행사에는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압바스 수반이나 아랍권 국가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이번 회담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미국은 이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양보를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

따라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이 실익이 없는 자리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공침범은 그런 맥락에서 깊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공침범 목적으로 미국 언론을 통해 집중 거론된 헤즈볼라 무기 저장고 폭격이나 북한과의 핵 협력설이 기정사실 처럼 굳어지면서 시리아가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미국이 이미 초청대상에서 배제 입장을 밝힌 시리아의 불참은 평화협상을 무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중동평화 회담을 반기지 않는 이스라엘인들의 대체적인 정서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강경파가 사태 왜곡 한 몫 추정 = 이스라엘 군의 시리아 영공 침범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의 대 시리아 핵 물질 이전설을 낳았다.

이와 관련, 미국 내에서도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설을 실존하는 위협이 아니라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서 제기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미국의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조지프 시린시온 선임연구원은 17일 미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 유력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한 '북한-시리아 핵커넥션' 의혹은 근거 없는 얘기(nonsense)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번 커넥션 의혹은 정부 내 일부 관리들이 미국 주류언론 유력기자들에게 이미 존재해온 정치적 의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너무 유화적이라고 비판해온 최근 북미 간 핵협상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은 적국인 시리아의 불량국가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순항하던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을 꼬이게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북 핵 커넥션 진실일까 = 당사자인 시리아와 북한은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와 이들의 말을 전하는 또 다른 익명의 미국 관리들의 발언에 근거해 명확한 물증 없이 제기되고 있는 핵 커넥션 의혹을 이구동성으로 부인하고 있다.

시리아는 이 같은 의혹 제기가 이스라엘의 영공 침범 도발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술수로 보고 있는 반면 북한은 6자 회담과 북.미관계의 진전을 방해하려는 불순세력의 책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도 정부 차원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실인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분야에서 시리아가 도달한 기술수준이나 미국이 금지선으로 여기는 핵 물질 이전을 북한이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시리아와 북한의 핵 커넥션 의혹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 세계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시큐리티'는 시리아가 핵 확산 위협국으로 거론돼 왔지만 그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나라의 핵 협력 의혹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도 시리아는 중국에서 제공한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다이르 알-하자르 지역에 갖고 있을 뿐이라며 시리아 핵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스스로 부인했다.

시리아는 또 이스라엘의 핵 무장 해제와 중동지역의 비핵화를 핵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진보센터'의 시린시온 연구원은 "시리아의 핵 프로그램은 40년 전에 시작됐고 이 프로그램은 핵 동위원소와 중성자를 생산하는 30kw의 소형 연구용 원자로로 건설된 그야말로 초보단계의 연구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핵무기나 핵연료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물질 같은 것을 시리아 측에 전달했다 해도 이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면서 "시리아는 무엇보다 가까운 시일 내 심각한 수준의 핵 프로그램을 개발할 자금이나 기술, 산업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국영 일간인 티슈린은 18일 사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공에서 저지른 해적행위에 대해 미국의 어떤 관리들도 불법이라거나 주권국가에 대한 파렴치한 도발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이스라엘 문제에 관해서는 항상 국제법을 무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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