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달러화 약세로 달러페그(달러 고정환율제)를 근간으로 하는 걸프지역 국가의 통화정책이 기로를 맞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하자 걸프 지역에서는 달러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각국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가 사상 유례없는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고정환율제를 적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는 달러 대비 3.7405리얄로 1986년 이래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다른 걸프 지역 국가 역시 달러화 약세로 자국 환율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만 해도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대로라면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9.3%로 19년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는 10%를 훨씬 웃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리자 UAE와 쿠웨이트는 즉시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0.5%포인트 내렸지만 다른 걸프 국가는 기준금리를 변동하지 않는 등 혼란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티그룹의 분석가 데이비드 루빈은 "FRB의 금리인하에 대한 걸프 국가의 이런 다른 반응은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시각이 각자 다르다는 증거"라고 해석하면서 "걸프 국가가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세를 인정한다면 달러 고정환율제를 벗어나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GCC(걸프협력협의회)의 회원국인 쿠웨이트는 지난 5월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달러 고정환율제를 포기했다.
고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UAE와 카타르에서도 달러화 대비 현지화를 평가 절상하거나 쿠웨이트처럼 다른 걸프 국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달러 고정환율제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국민 대비 외국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큰 UAE나 카타르는 특히 인구 증가를 장기 경제개발 계획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달러 약세와 고 인플레이션으로 외국인 거주자의 생활이 `팍팍'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하지만 GCC 6개국은 2010년 통화 단일화를 목표로 달러 고정환율제 고수와 통화 정책 단일화를 선결 과제로 삼고 있어 이런 `외풍'에 탄력적으로 독자 통화정책을 펼 수만은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제 분석가 세르한 세빅도 "걸프 지역 정부가 환율을 재평가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걸프 국가의 독자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고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UAE와 카타르에서도 달러화 대비 현지화를 평가 절상하거나 쿠웨이트처럼 다른 걸프 국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달러 고정환율제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국민 대비 외국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큰 UAE나 카타르는 특히 인구 증가를 장기 경제개발 계획의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달러 약세와 고 인플레이션으로 외국인 거주자의 생활이 `팍팍'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하지만 GCC 6개국은 2010년 통화 단일화를 목표로 달러 고정환율제 고수와 통화 정책 단일화를 선결 과제로 삼고 있어 이런 `외풍'에 탄력적으로 독자 통화정책을 펼 수만은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제 분석가 세르한 세빅도 "걸프 지역 정부가 환율을 재평가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걸프 국가의 독자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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