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살인사건으로 약 2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집을 지키는데 활용되는 견공들도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들이 주택을 침입하는 과정에서 맹독성 농약이나 쥐약 등을 주입한 음식물을 먼저 집 안에 던져넣어 개들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남아공 국영 방송 SABC 인터넷판은 요하네스버그 동부 지역에 위치한 위성도시 복스버그에서만 최근 2개월동안 100마리가 죽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와함께 복그버그 인근 이스트랜드에서는 하룻밤에 5마리의 개가 독약에 중독돼 죽었다는 것.
현지 주민 데이비드 모스터트는 3마리의 애견이 죽어가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는데 "입에 가득 거품을 물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들이 죽어가는데도 주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큰 놈을 돌보는 동안 작은 놈이 죽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모스터트의 개들은 외부에서 담 안으로 던져진 맹독성 농약이 투입된 소시지를 덥석 물었다가 희생을 당했다.
범죄율이 높은 남아공에선 자체적인 치안 대책의 일환으로 대부분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으며 큰 개와 작은 개를 한꺼번에 키우는 경우도 많다. 큰 개는 외부침입자에 대한 위협용으로, 잘 짖는 작은 개는 내부 경고용으로 키우는 것.
이에 따라 범법자들은 먼저 개들을 무력화시킨 뒤 침입하거나 이 과정에서 포기하곤 한다.
수도 프리토리아에 거주하는 교민 L씨는 지난해 4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개들이 조용해 마당을 살펴보니 모두 독약을 먹고 죽어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해 남아공에서 주택을 침입해 금품을 턴 강도사건은 1만2천761건으로 2005년의 1만173건에 비해 25%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일반 강도사건은 21만여건, 특수강도 12만여건, 성폭행 5만여건, 살인 1만9천여건 등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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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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