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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악마가 왔다” 이란 대통령 방문에 미국 들썩

등록 2007-09-27 07:16

미국의 이란 공격설이 본격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놓고 미국 내 논란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방미는 그가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방문을 요청함으로써 미국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거센 비판을 일으켰다.

"악마가 왔다"라는 일부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속에 뉴욕에 도착한 아마디네자드는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보란듯이 미국을 비판하며, 핵문제와 이스라엘 정책 등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설파해 비판과 논란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마디네자드가 미국에 도착하자 마자 일으킨 논란은 24일의 컬럼비아대 강연.

'악마' 같은 지도자를 미국 대학 토론회에 초청할 수 있느냐를 놓고부터 시작된 컬럼비아대 강연은 이 대학 리 볼린저 총장이 그를 `비열하고 잔인한 독재자'라고 지칭하면서 미국을 온통 들썩이게 하는 논란거리가 됐다.

우선 아마디네자드를 강연에 초청하는 게 미국의 상징인 언론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볼린저 총장의 처신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두고도 찬반 격론이 펼쳐졌다.

이라크에 이어 다음 전쟁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이란 대통령의 공개 연설은 CNN과 폭스뉴스 등이 생중계했고, 아마디네자드는 미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11과 이란 핵문제, 홀로코스트, 대이스라엘 정책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마음껏 피력했다.

미국민들 중 아마디네자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은 물론 거의 없지만, 볼린저 총장이 그에게 공개적인 면박을 줌으로써 오히려 그가 `희생자'처럼 비쳐지는 역효과가 났다는 분석과 비판도 빗발쳤다.

아마디네자드는 25일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란 핵문제는 이미 끝난 것으로 유엔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모든 핵 활동은 전적으로 평화적이고 투명하다"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핵에너지 이용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은 아마디네자드의 주장과 달리 이란 핵문제는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유엔 안보리가 곧 대 이란 제재결의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번주 대이란 제재결의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의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강력한 제재결의의 불가피성을 설득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서특필하는 한편으로 그에 대한 미국 내 비난 여론이 오히려 이란 내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효과가 있으며 그의 방미를 계기로 이란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반전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전하고 있다.

미국 경찰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야기하는 아마디네자드의 신변 보호에 비상이 걸렸으며, 그의 행선지에는 그를 비난하는 시위와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반전 시위도 동시에 열리고 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런 논란 속에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국익 보호를 위해 아마디네자드를 기꺼이 만날 것이라고 말해 격론의 불을 지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디네자드가 이번 방문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화의 물꼬를 틀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굳이 클린턴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아마디네자드의 이번 방미는 고조되고 있는 양국간 갈등과 불신해소에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제공하기는 커녕 양국민들간에 반목의 여론만 높이는 계기가 됐을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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