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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수니-시아파, 캠퍼스에서도 내전”

등록 2007-11-05 15:39

이라크 내 시아파 이슬람 교도들이 추종하는 제4대 칼리프 알리의 11대 자손인 이맘 하산 알-아스카리(서기 874년 사망).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무스탄시리아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하미드 둘레이미(22)는 올해 초 알-아스카리의 탄신절에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다가 AK-47 소총을 든 한 보초병에게 저지당했다.

둘레이미는 보초병이 "만약 사담 후세인의 생일이었어도 이렇게 일찍 나갔겠느냐"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니파인 그는 "내가 `속한 종파'를 확인하기 위해 보초병이 신분증을 요구한 것"이라며 당시 신분증을 집에 놓고 왔다고 둘러대 상황을 모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날 시아파 무장조직 마흐디 민병대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보초병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과 친구 2명이 납치돼 1명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며 "무스탄시리아 대학은 더 이상 학업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판(11월3일자)은 종파 분쟁 등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피해가 대학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실제로 무스탄시리아 대학에서만 2003년 이래 교수와 학생 수백명이 납치됐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한 보고서는 "교수진 가운데 일부는 시아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에 협력한 혐의로, 나머지는 수니파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년동안 1만여명의 교수나 강사가 조국을 등지고 외국으로 떠난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은 반미 강경 시아파 정치ㆍ종교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군이, 정부가 지명한 시설보호경비대(FPS)의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 때 자유의 상징이었던 무스탄시리아 대학이 이제는 알-사드르 분파의 통제 하에 있다며 "과거에는 후세인에 대한 험담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알-사드르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수강 신청에 앞서 교수나 동료 학생들이 수니파인지 시아파인지부터 확인하는 등 대학 체제도 종파에 따라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과의 경우, 학생 전체가 한 종파로 구성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바그다드 대학은 수니파가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을, 시아파가 사범대학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대학 공간이 오히려 종파 간의 분쟁을 촉진하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

한 학부생은 "학생들은 입학하기 전 이 대학이 수니파 대학인지 시아파 대학인지, 총장이나 학장은 수니파인지 시아파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지난 학기에는 한 학생이 마흐디군을 사칭하며 교수에게 성적을 높여달라고 위협하는 등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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