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파키스탄 탈레반 활동 분포
‘센리스 카운슬’ 보고서
영토 54%에 ‘영구거점’ 확보…사실상 정부기능 수행
내년 ‘카불 입성’ 가능성도…국제연합군 제몫 못해 6년 전 권좌에서 쫓겨났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민간 연구소인 ‘센리스 카운슬’은 21일 낸 보고서 <혼돈 속으로, 벼랑끝의 아프간>에서 아프간의 54% 가량을 탈레반이 영구적인 거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탈레반은 전국적으로 거점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이들은 과거에 넘보지 못했던 지역까지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동부·남부, 파키스탄 국경 산악지대의 주요 거점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의 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지역 경제와 교통·전력 등의 기간 시설망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어, 신병 모집과 훈련에도 장애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탈레반과 정부군·연합군 사이의 전선이 수도 카불 쪽으로 점점 죄어들고 있다. 탈레반이 공언해온 대로, 이들이 2008년 카불 입성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1년 11월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된 탈레반은 국경너머 파키스탄의 케타 등까지 도망쳐 근거지를 형성하고 다시 힘을 길렀다. 탈레반 세력 확장의 가장 큰 요인은 아프간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실업이다. 친서방 정부 출범 뒤에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탈레반에 기대게 된 것이다. 아편 생산을 통제하지 않는 탈레반은 그 판매 대금을 안정적인 재원으로 삼고 있다. 최근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이웃 파키스탄은 물품 공급의 통로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체첸, 중국 신장성 등에서 국제 이슬람주의의 ‘성전’(지하드)을 부르짖으며 참전하는 ‘외국계 탈레반’도 늘었다. 70~80년대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이슬람권 각국에서 전사(무자헤딘)들이 아프간에 몰려들었던 것을 재현한 듯한 풍경이다. 반면, 탈레반이 물러간 아프간에서 평화유지와 국토재건을 이룩하겠다며 들어온 나토(NATO) 중심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연합군은 애초 카불 주변 지역의 안정을 목표로,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작전을 진행했다. 현재의 지상군 병력 규모로는 ‘해방’시킨 지역을 방어할 능력조차 없다. 점령지에서도 탈레반이 완전히 소탕되지 않고 무장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연합군 세력의 진정한 목표가 (평화·재건 보다는) 지정학적·전략적 요충지 확보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국제사회는 막대한 자원의 투입을 통해 아프간에서 ‘성공’하고자 하지만, 아프간은 다시 한 번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내년 ‘카불 입성’ 가능성도…국제연합군 제몫 못해 6년 전 권좌에서 쫓겨났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민간 연구소인 ‘센리스 카운슬’은 21일 낸 보고서 <혼돈 속으로, 벼랑끝의 아프간>에서 아프간의 54% 가량을 탈레반이 영구적인 거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탈레반은 전국적으로 거점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이들은 과거에 넘보지 못했던 지역까지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동부·남부, 파키스탄 국경 산악지대의 주요 거점을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의 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지역 경제와 교통·전력 등의 기간 시설망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어, 신병 모집과 훈련에도 장애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탈레반과 정부군·연합군 사이의 전선이 수도 카불 쪽으로 점점 죄어들고 있다. 탈레반이 공언해온 대로, 이들이 2008년 카불 입성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1년 11월 미국의 침공으로 축출된 탈레반은 국경너머 파키스탄의 케타 등까지 도망쳐 근거지를 형성하고 다시 힘을 길렀다. 탈레반 세력 확장의 가장 큰 요인은 아프간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실업이다. 친서방 정부 출범 뒤에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탈레반에 기대게 된 것이다. 아편 생산을 통제하지 않는 탈레반은 그 판매 대금을 안정적인 재원으로 삼고 있다. 최근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이웃 파키스탄은 물품 공급의 통로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체첸, 중국 신장성 등에서 국제 이슬람주의의 ‘성전’(지하드)을 부르짖으며 참전하는 ‘외국계 탈레반’도 늘었다. 70~80년대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이슬람권 각국에서 전사(무자헤딘)들이 아프간에 몰려들었던 것을 재현한 듯한 풍경이다. 반면, 탈레반이 물러간 아프간에서 평화유지와 국토재건을 이룩하겠다며 들어온 나토(NATO) 중심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연합군은 애초 카불 주변 지역의 안정을 목표로,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작전을 진행했다. 현재의 지상군 병력 규모로는 ‘해방’시킨 지역을 방어할 능력조차 없다. 점령지에서도 탈레반이 완전히 소탕되지 않고 무장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연합군 세력의 진정한 목표가 (평화·재건 보다는) 지정학적·전략적 요충지 확보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국제사회는 막대한 자원의 투입을 통해 아프간에서 ‘성공’하고자 하지만, 아프간은 다시 한 번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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