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지글러 박사는 27일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와의 회견에서 "쿠바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후에도 현재의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글러 박사는 "미국은 카스트로가 없어지면 쿠바가 자본주의에 의해 개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쿠바는 카스트로가 없더라도 반세기 전에 도입한 현재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글러 박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11일간 쿠바 현지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를 제네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하기에 앞서 이 신문과 회견을 가졌다.
그는 특히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쿠바 문제를 단순히 독재자가 사라지면 독재가 끝날 것으로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카스트로가 권좌에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부시 행정부는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바 국민들은 현재 혁명 4세대를 맞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있다"면서 "1천100만명의 전체 쿠바 국민 가운데 86만명을 차지하는 이들이 주축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글러 박사는 그러나 쿠바 경제가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이후 수출시장의 89%를 차지했던 공산주의 시장이 실종된 뒤 이른바 '특별한 시기'를 거치면서 의미심장한 변화를 거치고 있다면서 "쿠바 정부는 현재 생산성 확대를 위한 개혁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국가 소유 농장 축소, 신용.서비스 협동조합 증가 등 '어떤'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새로운 형태는 쿠바 국민들에게 제한적이나마 토지 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글러 박사는 미국의 대(對) 쿠바 봉쇄조치가 쿠바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쿠바 정부의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는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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