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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말라위 식량난 극복 비결은 ‘비료 보조금’

등록 2007-12-03 21:06

옥수수 대풍작 수십만톤 수출까지…최빈국 ‘탈출’
정부 지원 결정적…세계은행 ‘실패한 조언’ 인정
아프리카 남동부 내륙국가 말라위의 식량난 극복 사례가 국제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주요 국제기구의 조언과는 정반대 정책으로 이런 성공을 거둬 가난한 나라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말라위는 올해 아프리카 남부에서 가장 많은 곡물을 세계식량계획(WFP)에 판매했다. 또 이웃 짐바브웨에 옥수수 몇십만t을 수출했다. 말라위 정부는 옥수수 생산이 지난해 2700만t에 이어, 올해 3400만t의 대풍작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1300만명 가운데 500만명이 먹을 게 없어 유엔의 긴급식량원조를 받았던 2년 전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옥수수 생산은 1200만t에 지나지 않았다.

‘성공적 변신’의 비결은 간단했다. 현지인들이 입을 모으듯이, 비료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부 보조금을 늘려 비료 공급을 확대한 결과,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런던임페리얼대학·미시간주립대학이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말라위 경제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재적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말라위의 토지 자원도 갈수록 고갈됐다. 한정된 토지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별 농가가 보유한 땅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었고, 가난한 농민들은 땅을 쉴 틈 없이 부릴 수밖에 없었다. 비료를 구입할 돈도 없었다. 그 바람에 말라위 농토의 토질은 악화됐고, 생산성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말라위에 살고 있는 농업학자 스티븐 카는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비료를 제공하려면 무료로 주거나 큰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방법뿐”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씨앗을 개량하고 화학비료를 써가며 먹고 살지만, 아프리카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제쳐놓고, 세계은행은 1980~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말라위에 비료 보조금 폐지를 요구했다. 말라위의 농업은 수익성 작물 생산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식량자원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식량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세계은행의 논리였다. 결국 옥수수 등 주식 농사를 포기하라는 의미였다.

세계은행은 말라위의 성공이 확인된 지난 10월에야 지난날의 ‘실수’를 시인했다. 보조금 삭감이 아프리카 비료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해선 날로 악화되는 토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고 내부 감사를 통해 인정한 것이다. 컬럼비아대학의 제프 삭스 교수는 “지원을 한다고 나선 이들이 정부의 역할을 뺏아버리자 재앙이 닥쳤다”고 지적했다.

2004년 집권한 빈구 와 무타리카 대통령은 “임기 동안 다른 나라에 음식을 구걸하러 다니고 싶지는 않다”며 빈곤 퇴치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10월 유니세프는 말라위에 보내려던 분유 3t을 우간다에 대신 보냈다. 유니세프 말라위 지부의 후안 이루리는 “(말라위는 어린이 기아가 많이 해결돼) 다 쓸 수 없을 양”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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