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알제리 수도 알제 시내의 차량 폭탄테러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알제/AP 연합
지역 이슬람 무장조직, 국제조직 재편뒤 공격 계획한듯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12일 알제리 연쇄 차량폭발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의 알카에다 조직인 ‘알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는 사건 발생 뒤 인터넷 웹사이트에 이번 자살테러를 감행한 두 조직원의 사진을 싣고 이번 테러가 “십자군과 그 대리인, 미국의 노예와 프랑스의 자식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는 11일 정부청사와 유엔 건물 부근에서 10분 간격으로 발생한 두차례 차량 폭발테러로 적어도 26명이 숨졌다고 알제리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유럽 외교관들은 사망자가 60명이 넘는다고 말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테러는 특히 유엔 건물이 표적이 되고, 유엔 직원이 11명이나 희생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카에다 마그레브는 유엔 건물을 “국제적인 불신자들의 소굴”이라고 불렀다. 알제리는 1992년 이슬람 세력의 총선 승리를 군부가 무효화하면서 이슬람 무장세력과 정부 사이의 충돌로 정국 불안정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아닌 유엔이 이슬람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비교적 새로운 사건 전개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테러를 주도한 알제리의 알카에다 조직은 ‘살파피스트 선교전투그룹’(GSPC)에서 유래했다. 이 조직은 애초 92년 군부 쿠데타 이후 활동해온 ‘무장이슬람그룹’(GIA)의 한 분파였다. 그러나 98년 노선 차이로 딴 살림을 차린 뒤 지난해 9월 알카에다와 통합을 선언한다. 지난 1월에는 빈 라덴의 지시라며, 이름마저 ‘알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로 바꾼다. 알제리 이슬람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던 일국 이슬람주의 세력이 알카에다의 국제 이슬람주의 조직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번 유엔 건물 테러는 이런 변화의 실례로 읽힌다.
이번 테러에 대해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에이비시> (ABC) 방송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유엔 등 알제리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폭탄공격을 한 사람은 문명사회의 적이고,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어 이번 테러를 “어떤 야만적인 정치적 기준을 갖다대도 정당화할 수 없는 야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11일 차량 테러 발생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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