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라왈핀디 유세 현장에서 27일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뒤 부토 지지자들이 사망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 사고로 부토 전 총리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술 도중 숨졌다. 라왈핀디/AFP 연합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된 파키스탄 정국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자칫 내전으로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부토 암살 소식이 알려진 뒤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부토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소요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적어도 15명 이상이 사망했고 150대 이상의 자동차와 건물 수십 채가 불에 탔다고 현지 일간 '더 뉴스'가 전했다.
특히 부토의 고향인 신드주에서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파키스탄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성난 주민들의 시위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됐다.
이 지역 언론인인 마울라 바크시는 로이터 통신에 "격앙된 사람들이 정부 건물과 공공시설을 공격하고 있지만 경찰은 어디에도 없다. 무기를 팔고 있는 2개의 상점은 이미 약탈당한지 오래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등 야당 지도자들까지 나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하면서 총선 불참과 함께 무샤라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현재 부토 암살의 가장 유력한 배후로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대상인 알-카에다나 탈레반 등 국제 무장단체가 부토 암살의 가장 유력한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탈레반 등 무장세력이 여러 차례 부토 살해를 공헌해온데다 아프간 알-카에다 사령관 겸 대변인인 무스타파 아부 알-야지드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과 파키스탄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은 부토의 암살이 올 들어 급격하게 악화된 파키스탄 정국 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무샤라프는 올 들어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을 해임하고 이슬람 급진 세력인 '랄 마스지드(붉은사원)'를 무력 진압하는가 하면 헌정을 중단시킨 채 재선을 밀어붙이는 등의 무리수를 둬왔다. 또 무샤라프는 비상사태 해제 이후에도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등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들을 유지하면서 1월로 예정된 총선이 정부 주도의 대규모 부정선거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도의 부정선거 우려를 가장 강력하게 제기한 부토가 총선 연설 도중 피살됨에 따라 자연스레 의혹의 눈길이 무샤라프로까지 향하게 된 것. 비난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자 무샤라프는 암살의 배후를 테러와의 전쟁에 결부된 무장단체로 지목하고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한편 '적색 경보'를 발령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총선 등 정치일정의 파행이 불가피한 가운데 부토 암살에 얽힌 여러 의혹들을 충분히 풀어줄만한 수사 결과나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부 지역에서 내전 수준의 폭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들이 앞으로도 요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폭탄테러를 통해 파키스탄 정국을 더욱 혼란케 할 가능성도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과 파키스탄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은 부토의 암살이 올 들어 급격하게 악화된 파키스탄 정국 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무샤라프는 올 들어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을 해임하고 이슬람 급진 세력인 '랄 마스지드(붉은사원)'를 무력 진압하는가 하면 헌정을 중단시킨 채 재선을 밀어붙이는 등의 무리수를 둬왔다. 또 무샤라프는 비상사태 해제 이후에도 반체제 인사를 구금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등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들을 유지하면서 1월로 예정된 총선이 정부 주도의 대규모 부정선거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도의 부정선거 우려를 가장 강력하게 제기한 부토가 총선 연설 도중 피살됨에 따라 자연스레 의혹의 눈길이 무샤라프로까지 향하게 된 것. 비난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자 무샤라프는 암살의 배후를 테러와의 전쟁에 결부된 무장단체로 지목하고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한편 '적색 경보'를 발령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총선 등 정치일정의 파행이 불가피한 가운데 부토 암살에 얽힌 여러 의혹들을 충분히 풀어줄만한 수사 결과나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부 지역에서 내전 수준의 폭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들이 앞으로도 요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폭탄테러를 통해 파키스탄 정국을 더욱 혼란케 할 가능성도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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