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암살 사건으로 파키스탄 정국이 `시계제로'의 혼미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일단 미국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력분점' 파트너였던 부토 전 총리가 숨을 거둠에 따라 딜레마에 봉착했다.
부토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 할 지 아니면 무샤라프의 통치를 눈감아 줘야할 지 선택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부토 전 총리를 대체할 인물로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유력시된다.
부토 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면서 파키스탄 야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펀자브주(州)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이번 부토 암살과 관련해서도 무샤라프 정부가 충분한 경호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서 부토 전 총리의 죽음에 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총선 불참,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며 무샤라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새로운 지도자도 미국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변호사이자 파키스탄인민당(PPP) 의원인 아이트자즈 아산이 부토 전 총리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다. 부토 전 총리의 새 아들이 아직 어려 부토 가문에서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 그가 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아산 의원은 부토 전 총리에 비해 무샤라프의 파트너로서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이 무샤라프를 버리기도 쉽지 많은 않다.
미국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정통성이 없음에도 불구, 9.11 테러 이후 계속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무샤라프를 적극 지지해왔다.
무샤라프 또한 군사정권을 이끌며 철저히 친미 행보를 보였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 테러전쟁을 수행하는데 핵심 파트너 노릇을 하며 미국으로부터 적지않은 재정지원을 받아왔던 것.
이 같은 밀월관계 속에 미국은 무샤라프 만큼 확실한 `대터러' 동반자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샤리프 전 총리일까, 부토 전 총리의 후계자일까, 아니면 그대로 무샤라프를 인정하고 군부의 통치를 눈감는 것일까. 파키스탄의 향후 정국을 놓고 워싱턴 정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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