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P대변인 “아들 빌라왈은 정치참여 원치 않아”
오랜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를 잃은 파키스탄 최대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이 빠르면 30일 후계자를 결정한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PPP는 이날 오후 부토의 고향인 남부 신드주(州) 라르카나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부토 후계자를 지명하는 한편, 내달 8일로 예정된 총선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마크둠 아민 파힘 부총재가 주재할 이날 회의에서는 부토가 생전에 준비해둔 유언장이 공개될 것이라고 PPP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유언장에는 PPP의 후계구도 등에 대한 부토의 구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총리로부터 딸인 부토 전총리에게 대물림된 PPP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부토는 이 유언장에서 아들 빌라왈을 휴계자로 지명했다고 뉴스위크가 익명의 친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빌라왈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19세의 어린 나이여서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당분간 섭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빌라왈도 당장 어머니의 정치적 후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더 뉴스'가 전했다.
셰리 레먼 PPP 대변인은 이날 '더 뉴스'와 인터뷰에서 "베나지르의 아들 빌라왈은 당장 PPP 지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학업을 마치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빌라왈과 함께 부토의 동생인 사남 부토(50)도 유력한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남 부토는 지난 1979년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총리 사망 이후 파키스탄을 떠나 런던에서 살아왔으며, 단 한번도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다.
부토 후계자의 지명과 함께 이날 결정될 PPP의 총선 참여 여부는 사상 최악의 혼돈에 빠진 파키스탄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전직 총리인 나와즈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을 포함한 야당들이 이미 총선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지도자를 잃은 PPP까지 총선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총선은 예정대로 치러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토 암살 이후 계속된 소요사태로 총선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도 PPP의 이날 결정을 감안, 총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PPP 집행위원회 회의가 열린 부토의 고향집 앞에는 그가 남긴 유언을 듣기 위해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한편 부토 사망 이후 이어지고 있는 소요사태로 파키스탄에서는 전날까지 38명이 죽고 50여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날도 전역에서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와 폭동이 이어졌다. 당국은 29일 현재 상점, 은행, 사무실, 주유소 등 1천200여곳에 화재가 발생했고 차량 370대가 불탔다고 집계했다.
펀자브주 하루나바드에서는 30일 새벽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2명의 괴한이 소지했던 폭탄이 터졌다. 경찰은 이들이 무샤라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모하마드 에자즈-울-하크를 겨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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