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에서 31일 한 경찰이 야당 지지자들이 던진 돌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
경찰 발포로 희생자 속출…부족간 대결 조짐
야당·EU “개표 조작”…미국은 현정권 두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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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선거를 통한 여야 정권교체로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순조로운 민주주의 체제 이행을 보인 케냐가 선거부정과 소요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보인 대선 여파로 31일까지 60여명의 희생자를 낸 소요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27일 대선 결과의 발표를 미루던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음와이 키바키 현 대통령이 오렌지민주운동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23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5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30일 전격 발표했다. 1시간 뒤 속전속결로 취임선서를 한 키바키 대통령은 “모든 정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정부는 선관위 발표 직후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중단시켰다.
오딩가 후보는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수도 나이로비에서 행사를 열어 “국민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선거감시단도 일부 투표구의 실제 후보별 득표 수와 선관위 집계가 틀려, 발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오딩가가 앞서왔다. 선관위도 한 투표구의 투표율이 유권자 수의 115%라며 표계산에 문제가 있음을 일부 시인했다. 서부도시 키수무에서는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군중에 대해 경찰이 발포해 43명이 숨졌고,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31일 주검 15구가 발견됐다. 정부는 야당 집회에 “최대한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경 태세를 보였다.
유럽 쪽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승리한 후보에게 축하를 보내며, 케냐인들은 선관위의 발표 결과를 인정하고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키바키 대통령을 적극 두둔했다. 키바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해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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