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등 7명 사망…노르웨이 외무장관 겨냥한 듯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시내 고급 호텔에서 14일 탈레반의 자살폭탄과 소총 공격이 발생해, 미국인 등 최소 7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이 2001년 권좌에서 축출된 뒤 카불에서 서방 민간인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날 저녁 6시께 수류탄과 폭발물, 소총 등을 소지한 4인조 무장세력이 호텔에 무차별적 난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사건 직후 뉴욕에서 “이번 공격의 표적이 당시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외무장관”이라고 밝혔다.
스퇴레 장관은 무사하지만 그의 방문을 취재하던 노르웨이 신문 <다그블라데트> 기자 카르스텐 토마슨(39)이 목숨을 잃었다. 호텔 직원 등 6~7명도 부상을 당해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는 아프간에 평화유지군 500여명을 파병한 참전국으로,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받아온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15일 보도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노르웨이 외무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며, 자살폭탄으로 사망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무사히 호텔에서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의 대상이 된 세레나 호텔은 하루 숙박료만 200달러에 육박하는 아프가니스탄 유일의 5성급 호텔로, 요새를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비 때문에 외국인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탈레반은 지난해 아프간에서 140건 이상의 자살 폭탄테러 공격으로 친서방 정부를 압박해 왔으나, 서방의 민간인들이 머무는 호텔을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메라이 바세리 아프가니스탄 내무장관은 “무장 세력들이 새로운 전술을 쓰기 시작했다”며 이번 공격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적들이 카불의 심장에서 이런 공격을 감행한 것은 처음인 만큼,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조처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치안이 악화되는 아프간의 병력 증강을 위해 본토에 주둔하는 해병 3200명에게 이동 준비를 지시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아프간 주둔 미군 규모는 2001년 탈레반 축출 이후 최대인 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에서는 미군 2만7천명과 노르웨이·한국을 포함한 다국적군 1만4천명이 주둔 중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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