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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발전소 멈춰 팔 주민 80만명 ‘생존 위기’

등록 2008-01-21 19:02수정 2008-01-22 08:44

이스라엘 ‘가자지구 봉쇄’ 이틀째
유엔·옥스팜 등 국제여론 “인권침해” 해제 촉구
환자들 생사 갈림길…이스라엘 “과장” 반박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봉쇄로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행로를 봉쇄한 지 이틀째인 20일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가자지구는 단전으로 암흑천지로 변했으며, 주민들은 추위와 어둠에 떨고 있다고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가자 발전소의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통행로 봉쇄로 연료 공급이 끊겨 발전소가 멈춰섰다”며 “적어도 (전체 가자주민 150만명 가운데) 80만명이 어둠 속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이 20일 이스라엘의 연료 공급 중단으로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데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가자/AP 연합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이 20일 이스라엘의 연료 공급 중단으로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데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가자/AP 연합

유엔기구와 인권단체는 즉각 이스라엘의 봉쇄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금(UNRWA) 대변인 크리스토퍼 군네스는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의 민간단체 옥스팜은 “불법적이고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봉쇄 해제를 촉구했다.

전기공급 중단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은 병원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금 책임자인 존 깅은 “병원들이 자체 발전기를 돌려 긴급 의료행위는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입원 환자들이 모두 추위에 떨고 있으며 자체 발전기를 돌릴 연료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분야 관리인 모아이야 하사나인은 “병원들이 신생아동 전기를 끊을지, 심장수술 환자실 전기를 끊을지 결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수 부족도 우려되고 있다. 가자지구 대부분이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단전이 되면 양수기 가동이 어려워지게 돼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 관계자 데라르 아부 시시는 “재앙은 병원, 식수, 하수처리, 집, 공장 등 모든 곳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이 20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서진 차에서 부상자를 끌어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가자/AP 연합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이 20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서진 차에서 부상자를 끌어내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가자/AP 연합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당국은 이스라엘의 봉쇄 조처에 항의하고 나섰다. 주민 몇 천명은 이날 가자시티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또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가자 주민들을 위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아랍국가에 호소했다. 지난해 6월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 마무드 아바스도 나섰다. 아바스는 “즉각 가자지구 봉쇄를 풀고 연료 반입을 허용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전력난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가 사용하는 전력 60%는 이스라엘에서 공급되며 8%는 이집트에서 공급된다. 자체 발전량 32%가 생산되지 않는다고, 당장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정도의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하마스의 로켓 생산공장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며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력난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로켓 공격을 중지하면 봉쇄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로켓 공격을 중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둘 사이의 대결이 본격화한 지난 15일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적어도 36명이 숨졌다. 가자지구에서는 230여차례 로켓과 박격포를 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발사했으나 이스라엘 희생자는 없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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