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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마르크스주의자들 다시 ‘팽’?

등록 2008-01-21 19:18수정 2008-01-22 08:59

정부, 좌파 용인해오다 대대적 색출작전 40여명 투옥
지난해 12월 초, 이란 테헤란대학에서는 이색적인 시위가 열렸다. 마르크스주의자 학생 500여명이 체 게바라의 초상화를 들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란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지막 야당’으로 불려왔다. 보수 이슬람주의를 표방한 아마디네자드 정권도 반자유주의와 반서구를 표방해온 이들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상당한 정치적 자유를 허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더욱 과감해지고 급진화하며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12월 시위 뒤 이란 정부는 대대적인 마르크스주의자 색출 작전에 나서, 현재까지 학생운동 지도자 40여명을 투옥시켰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이란의 마르크스주의 운동은 대학생들이 이끌고 있다. 12월 전국적 시위를 주도한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들’ 등 최소 3개 그룹이 전국 대학에 조직을 두고 있고, 노동자 단체도 2개가 있다. 이들 단체들은 ‘온건 이슬람’ 민주화 세력을 비판하며,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부가 아마디네자드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자본주의 정권 타도’ 등을 언급한 게 문제가 됐다. ‘치기어린 젊은이들의 발언치고는 너무하지 않냐’는 비판이 대두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전 세계의 좌파 세력과 친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국내의 좌파를 탄압하는 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좌파운동 지도자인 레자 샤리피는 “정부가 (쿠바의) 카스트로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같은 이들과 친해지며 국내의 좌파 운동을 번성케 했다”며 “미국에 반대하는 이들은 다 우리의 친구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이란은 뿌리깊은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실제로 정권을 잡은 적은 없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마르크스주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아야툴라 호메이니 등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에게 외면당하며 불법화되는 시련을 겪었다. 테헤란의 정치 평론가 사이드 레일라즈는 “종교적 온건파들을 무찌르기 위해 급진 좌파를 키운 것은 현 정권”이라며 역사의 재연을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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