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아 알수베이 쿠웨이트 교육장관이 22일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동료 의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쿠웨이트시티/AP 연합
알수베이 장관, 불신임투표 승리
히잡 거부·바지 차림 파격 행보
히잡 거부·바지 차림 파격 행보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쿠웨이트에서 히잡 착용을 거부한 여성 정치인이 보수파 의원들이 주도한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했다.
누리아 알수베이(사진) 쿠웨이트 교육장관은 22일 쿠웨이트시에서 열린 의회의 불신임 투표에서 신임 27표, 불신임 19표, 기권 2표를 얻어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방청객을 메운 여성 수백명은 박수를 치며 결과를 환영했다. 교육자 모나 하산(52)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쿠웨이트 여성들의 승리”라며 “너무나 기뻐서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임명된 알수베이 장관은 쿠웨이트 사상 두번째 여성 정치인으로, 30년간 교단에 선 경험을 살려 교육 개혁을 지휘해 왔다. 그러나 그는 취임식에서 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데 쓰는 스카프인 히잡 착용을 거부하고, 바지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등의 거침없는 행보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쿠웨이트의 철녀’라 불려왔다.
알수베이 장관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보수파 의원들은 그가 쿠웨이트 법이 명시한 남녀 분리교육 원칙을 무시했고, 코란에 불경스러운 낙서를 한 14살짜리 여학생을 처벌하지 않는 등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
이에 쿠웨이트 여성 운동가들은 알수베이 장관이 여성 정치인의 존재 자체를 반기지 않는 보수파들의 ‘괘씸죄’에 걸렸다고 보고, 불신임투표에 총력대응했다. 보수파들은 지난해 쿠웨이트의 첫 여성 정치인 마수마 알무바라크 보건장관을 ‘병원 감독 소홀’을 이유로 중도 하차시킨 바 있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10%를 보유한 쿠웨이트는 2005년 바레인과 오만, 카타르에 이어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네번째 걸프만 나라가 됐다.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은 2010년까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 전세계적으로는 브루나이와 부탄, 바티칸 등 6개 나라가 여성들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중동 국가의 여성 정치참여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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