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이집트 국경장벽 폭파
수만명 넘어가 물품 싹쓸이
무바라크 “구입 허용” 지시
이스라엘 ‘즉각 폐쇄’ 요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지 5일만인 23일 이집트 국경쪽 장벽 일부가 파괴된 뒤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국경폐쇄를 요청하고 나서, 이집트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집트에 즉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국경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국경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이집트 정부의 의무”라며 이집트가 라파 국경을 사실상 열어준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들 통로를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무기가 가자지구로 몰래 반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가자지구 국경 상황에 우려한다”며 “솔직히 이집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 데이비드 웰치는 이집트 당국자와 만나 대처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 주민들은 이집트 국경장벽이 붕괴되자, 수만명이 지난 18일 이스라엘의 국경 폐쇄 이후 공급이 끊긴 생필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이집트로 넘어갔다.
애초 이집트는 지난해 6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국경검문소를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고통받는 가자 주민을 도와야 한다는 압력을 이슬람 단체로부터 받아왔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봉쇄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집트에서 식료품 등을 산 뒤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과 이집트 정부와 함께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국경검문소를 공동관리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경을 넘어간 가자 주민들은 국경마을의 상가를 돌며 먹을 것과 연료 등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한 국경도시에 사는 이집트인 아시라프 엘 사이드는 가게에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자 빵을 구하기 위해 가자지구로 국경을 넘어갔다. 그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한 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국경 장벽은 23일 새벽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폭발물로 파괴했다. 그러나 누가 주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마스는 혐의를 부인했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적극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의 묵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 주민들의 국경출입이 장기간 허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아랍 외교관은 “이집트가 곧 가자 주민들의 무단 출입을 막겠다고 미국에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는 “이집트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무바라크 “구입 허용” 지시
이스라엘 ‘즉각 폐쇄’ 요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지 5일만인 23일 이집트 국경쪽 장벽 일부가 파괴된 뒤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국경폐쇄를 요청하고 나서, 이집트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집트에 즉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국경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국경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이집트 정부의 의무”라며 이집트가 라파 국경을 사실상 열어준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들 통로를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무기가 가자지구로 몰래 반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자지구
문제의 국경 장벽은 23일 새벽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폭발물로 파괴했다. 그러나 누가 주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마스는 혐의를 부인했다. 외신들은 하마스가 적극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의 묵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 주민들의 국경출입이 장기간 허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아랍 외교관은 “이집트가 곧 가자 주민들의 무단 출입을 막겠다고 미국에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는 “이집트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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