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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히잡 착용금지법 완화 ‘논란 재점화’

등록 2008-01-25 19:28

정치-종교 분리정책 변화 촉각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터키에서 여성의 히잡(이슬람 여성들의 머리 스카프) 착용 금지가 풀릴 전망이다. 히잡은 양쪽 진영 대립의 상징물이란 점에서 이번 조처가 또다시 마찰을 증폭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권당인 이슬람 성향의 정의개발당(AKP)과 야당인 국민행동당(MHP)는 24일 여성이 대학과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을 수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양당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수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터키 정부는 법 개정을 ‘표현의 자유’ 신장 차원에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부를 포함한 세속주의 세력은 히잡착용 금지규정 수정이 표현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한다. 세속주의 교육단체의 부대표인 이사 에스메는 “앞으로 학내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학생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유럽연합의 이념이 아니라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채택한 중동 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법을 바꾸면, 주변이나 지역 사회의 압박으로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1923년 건국 이래 정교 분리의 원칙을 지켜온 터키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늘 정치적인 문제였다. 89년 제정된 현 히잡착용 금지 규정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가발을 착용하고 등교하는 여대생들도 있었다.

터키 정부는 또 머지않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지적받아온 형법 301조의 완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터키에서는 국가 모독이나 역사 왜곡을 금지한 형법 301조를 적용해 ‘1차 세계대전 당시 아르메니아인들의 대량학살은 인종청소’라고 비판해온 학자와 작가 등을 처벌해 왔다. 유럽연합은 301조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며, 조항 폐지를 유럽연합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못박아 왔다. 반면, 터키의 세속주의 세력은 현대 터키의 국부인 케말 아타튀르크에 대한 비판 등을 금지한 조항 폐지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종교적으로는 보수 색채를 띄는 터키 내 중산층 무슬림들이 현재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귈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이 세력이 과거 집권해온 ‘친서방 세속주의’ 세력을 비판하며 이슬람 색채를 띤 실용주의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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