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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빈국 출신 ‘이라크전 용역’ 목숨도 ‘차별’

등록 2008-01-29 20:51수정 2008-01-29 20:53

알카에다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살만팍 부근의 한 마을에서 알카에다 무장군 색출 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뒤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모술에서 폭탄테러 등이 일어나 순찰 중이던 미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AFP 연합
알카에다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 살만팍 부근의 한 마을에서 알카에다 무장군 색출 작전을 벌이는 미군의 뒤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모술에서 폭탄테러 등이 일어나 순찰 중이던 미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AFP 연합
게릴라 출신 남미인 ‘북적’…납치당해도 구조 없어
미 대사관 건설현장선 여권뺏고 노동착취로 ‘시끌’
이라크 전쟁터가 빈국 출신 ‘용병’과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페루 출신으로 이라크에서 하청경비원으로 근무한 그레고리오 칼릭스토(27)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폭탄 공격으로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정신적 충격으로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

이라크의 외국인 노동자들
이라크의 외국인 노동자들
만약 칼릭스토가 미군 병사였다면 그는 장애수당과 물리치료, 정신과 상담 등을 받았을 것이다. 칼릭스토에게 주어진 보상은 언제 끊길 지 모르는 월 보험금 492달러가 전부다. 그는 낮은 임금에 위험한 치안 업무를 보는 빈국 출신의 하청경비원(렌터캅·rent-a-cop)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에는 칼릭스토 같은 남미 출신의 하청 경비 직원들 수천명이 미군 치안 구역인 ‘그린존’ 등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오랜 게릴라전으로 단련된 페루와 칠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출신으로, 초임 1천달러 남짓을 받고 치안 업무를 담당한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8일 보도했다.

본국에서 월 평균 임금이 200달러를 밑도는 이들에게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이라크는 또 다른 ‘아메리카 드림’이다. 전직 경찰과 군인 등을 고용하는 미국 회사 ‘트리플 캐노피’는 남미 출신 렌터캅의 85%가 연장 근무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다리를 다친 칼릭스토도 “1만2천달러를 벌어 집을 살 수 있었다”며 이라크 근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드레 듀란트 등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경비원 4명은 2005년 12월 납치된 뒤 소식이 끊겼지만, 이들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 작전도, 언론의 보도도 없다. 네팔과 피지에서도 오는 이들 ‘용병’들의 월급은 한달 1천~2천달러 수준으로, 영미권 경호업체 직원의 10%에 불과하다.

미국 관련 시설에서 청소부와 건설 노동자, 접시닦이 등으로 일하는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미국이 외교공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건설현장에서, 여권도 빼앗긴 채 한달 100~200달러를 받으며 노역에 투입된 인도와 파키스탄, 시에라리온 노동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밖에 필리핀·에티오피아·소말리아 등의 여성 가정부들이 억류당하거나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도 보고됐다. 늘어나는 피해에 인도와 필리핀 등 상당수 국가들은 아예 ‘자국민 이라크 취업 금지’를 명문화하며 빗장을 걸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시절부터 ‘용병 수출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강력한 ‘반용병법’을 제정해, 자국민의 이라크행을 막았다.


앞서 <시카고트리뷴>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하청업체들의 외국인 노동자 착취를 조직적으로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 취업을 금지한 국가의 노동자에게 보안카드를 발급했고 △하청업체들이 아시아와 남미 국가에서 요르단이나 쿠웨이트행 등을 약속하며 인력을 끌어와도 눈감아줬으며 △터무니없는 알선료와 여권 압수 등을 묵인했다고 밝혔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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