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미군을 지원하는 용역업체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법적인 조치나 보상을 구하기가 어려워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군의 이라크전 용역업체인 KBR에서 트럭 운전기사로 일했던 메리 카인스턴은 2004년 동료 트럭 기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에도 다른 직원으로부터 추행을 당한 뒤 회사측이 이 같은 폭력과 위협에 관해 탄원했다가 해고됐다.
카인스턴은 이라크에서 용역업체 직원으로 일하면서 다른 직원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음을 신고한 몇 안되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이들은 형사적 조치를 취하거나 상당한 보상도 받기 어려운 법적 사각지대 놓여있다.
이라크 용역업체에서 벌어진 범죄에 미군의 법체계가 적용되지 않고 미국 국내법 역시 해외 전쟁지역에서 벌어진 일에 적용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KBR을 비롯한 용역업체들은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분쟁을 소송보다는 사적인 중재로 해결토록 요구하면서도 여성 직원들의 성폭력에 관한 중재 요구에는 이의를 수시로 제기해 피해 여성들이 이를 공개화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들고 있다.
KBR에서 일하다 2005년 동료들로부터 집단 성폭행당했다고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증언해 주목을 받았던 제이미 존스는 12일 다시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피해자가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을 쉽게 만들어달라면서 해외에서 일해도 국내와 똑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라크의 미군 용역업체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통계는 미 정부나 용역업체들이 이를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그러나 용역업체에서 일한 근로자들을 상담했던 심리학자인 폴 브랜드는 남성 동료들에 의한 성폭력이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미 육군 범죄수사대가 지난 3년간 조사했던 성폭력 사건은 124건으로 이 중에는 군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경우가 모두 포함돼 있으나 육군 외에서 조사된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KBR의 헤더 브라운 대변인은 모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회사의 조치는 흔들림이 없다면서도 이라크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 직원들이 성폭력 피해를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신문은 현재 이라크의 미군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민간인은 18만명 가량으로 미군보다 많은 실정이라면서 이런 숫자로 볼 때 향후 용역업체 내에서의 범죄행위가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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