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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백인에 이어 흑인 고급인력도 ‘탈 남아공 행렬

등록 2008-02-15 00:23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백인에 이어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해외 이주 붐에 직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4일 현지 경제지 비즈니스데이는 영국 등지에 정착한 흑인 간호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백인 뿐만 아니라 흑인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의 첼시-웨스트민스터병원에서 임상연구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HIV(에이즈바이러스) 전문 간호사 샤로테 마호메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대출을 갚기 위해 이 곳에 왔지 영구 이주 의도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막상 살아보니 (영국이) 나 자신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 남아공으로 돌아갈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흑인들이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남아공 엑서더스'에 합류하고 나선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치안 부재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고 전력 부족 사태 등 인프라도 취약하다는 점이 우선적인 이유로 꼽히지만 국가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데서 비롯된 실망감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호메는 "영국에서도 범죄는 발생하지만 남아공보다 훨씬 더 잘 통제가 된다"면서 "나는 이 나라에서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는 주택단지에 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는 범죄 예방을 위해 사설 경비원을 고용, 출입자를 감시하고 전기 철조망으로 담장을 두른 주택단지가 일반화돼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견적사로 일하다가 영국 노팅햄으로 이주한 시바 소쿨루는 "이 곳에서는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닌다. (남아공과는 달리) 차로 등하교를 시킬 필요가 없다"면서 "당초 5년 기한으로 이 곳에 왔지만 아무래도 체류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흑인들의 남아공 이탈로 해외이주 알선업체들을 찾는 고객의 흑백 비율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존 감바라나 트랜스-글로벌 미그레이션 사장은 "이주 상담을 위해 케이프타운 사무소를 찾는 고객 중 절반이 흑인이며, 요하네스버그 사무소의 경우 흑백 비율이 40 대 60 정도"라면서 "1997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100%가 백인 고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흑인 기술인력에 관한 현황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남아공의 현실이다.

남아공 인종관계연구소가 지난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이후 해외로 유출된 20∼39세 사이의 백인 `두뇌'는 79만6천명으로 추정된 바 있으나 흑인의 경우 관련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마르코 맥팔레인 인종관계연구소장은 "얼마나 많은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 나라를 떠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흑인의 경우 백인보다 인구 집단이 훨씬 크기 때문에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 현지은행인 퍼스트 내셔널 뱅크의 세스 브루게만스는 "기술을 보유한 개인 3만명이 해외로 이탈할 때마다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이 1%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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