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첫 이라크 방문이 공식화되면서 이라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손익 계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 알리 알-다바그는 14일 "이란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이틀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은 이라크와 미국 정부의 사전 교감 없이는 성사될 수 없는 만큼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이란 대통령의 방문에 동의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없지 않다.
우선 이라크 정부의 발표대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바그다드에 온다면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첫 이라크 방문인 만큼 역사적ㆍ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양국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이던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치른 이후 이후 앙숙관계로 지내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이후 시아파 주도 친미 정부가 설립된 이후 관계가 개선했다.
후세인 치하에서 정치적 핍박을 받았던 이라크 시아파 정치 지도자들은 당시 망명했던 이란 정부로부터 보호와 지원을 받았던 탓에 현 이라크 정부엔 친미 세력이자 친이란파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게다가 이란-이라크전에서 후세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이 지원했던 이라크 내 쿠르드족도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이란이 아직도 이라크 내정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핫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미국은 반미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란을 이라크 폭력사태의 배후로 지목해 왔다.
따라서 이란 대통령의 바그다드 방문을 놓고 미국 정부로선 부지런히 손익계산을 따져볼 수 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이라크 정부 뒤에서 사실상 최종 판단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란 대통령의 방문을 용인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이른바 테러 지원세력이자 `악의 축'인 이란에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 된다.
반대로 불허한다면 이라크의 내정간섭이라는 빌미를 주게 된다. 지난해 5월부터 3차례나 이라크 문제를 놓고 이란과 맞대면을 했던 만큼 방문을 불허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미국의 고민이다.
이 고민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우선으로 이란의 테러 지원을 막아야 하는 동시에 이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과 맞물린 이라크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해야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지난해 미군 증파 같은 군사적 해법 외에 `승부수'가 필요했을 것이고 이런 배경에서 이란 대통령을 끌어들였을 공산이 크다.
이란 입장에서는 일단 바그다드를 처음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자체만으로 나름의 정치적 이익을 챙길 전망이다.
지지도 하락에 직면한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중간평가' 성격의 내달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를 방문을 이뤄낸다면 지역 안보의 조정자로서 자신의 무게를 자국 국민에게 각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따라서 그는 테러지원 국가라는 `억울함'을 미국의 앞마당에서 전세계를 향해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의 정치적 계산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인물이라는 점에서 바그다드에서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뿐 아니라 주변의 수니파 국가도 이란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과 미국의 대응에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중동의 친미ㆍ온건적 수니파 국가는 이라크에 이란의 영향력이 확산하는 것을 미국과 보조를 맞춰 경계해 왔던 게 사실이다.
사우디와 이집트 등이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던 것도 아리안족(이란)에 맞서는 아랍족의 동족의식과 함께 1천300여년에 걸친 시아ㆍ수니파의 세력 다툼이 그 배경이다.
이라크 현 정부가 친미적이긴 하나 중동의 대국인 이라크와 이란의 시아파 연대가 굳어진다면 이들 국가에 무시할 수 없는 지역적 불안요소일 수 밖에 없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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