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반군 소탕전에 나선 터키군 특수부대원들이 23일 이라크 접경지역의 산악지대에서 행군하고 있다. 터키군 제공/AP 연합
이라크, 사전조율 의혹속…‘영토 침공’ 항의 퇴각요구
터키군의 이라크 북부 진격으로 1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나오는 등 전투 양상이 격렬해지고 있다.
터키 합동참모본부는 24일 쿠르드노동자당(PKK) 토벌작전에서 32명을 사살한 것을 포함해 나흘간 이라크 북부 작전에서 모두 11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영토 20㎞ 안에서까지 작전을 벌이는 터키군의 공습으로 다리 등 시설물 파괴도 잇따르고 있다. 2003년 미군 침공 이후 이라크 영토 안에서 최대 규모 소탕전에 나선 터키군은 F-16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해 게릴라 거점인 칸딜산 등을 공격했다.
쿠르드노동자당도 이날까지 터키군 40명 이상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23일에는 터키군 코브라 헬기 1대를 격추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터키군도 헬기 추락 사실을 확인했다. 쿠르드노동자당은 터키 각 도시의 쿠르드족들에게 봉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는 터키군 침공에 항의하며 조속한 퇴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라크 정부 대변인 알리 알다바그는 “터키가 처한 위험은 알지만, 군사작전이 쿠르드노동자당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며, 이번 작전이 이라크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것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쿠르드 민간인이나 인구밀집 지역에 대한 어떤 공격도 저항을 만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터키에 대해 “최대한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쿠르드노동자당은 미국과 터키, 이라크의 공동의 적”이라며 터키군의 행동을 용인하는 듯한 견해를 밝혔다. 이번 작전에서 미군과 나토군이 쿠르드족 게릴라들에 대한 정보를 터키군에 제공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터키군은 제한적 범위와 목적 아래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입 병력과 작전 기간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터키 언론들은 1만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한 반면, 이라크 정부와 미군은 1천명, 일부 외신은 터키 특수부대원 3천명이 이라크 안에서 작전 중이라고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번 작전이 2주간 이어질 수 있다는 터키군 관계자 말을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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