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헬기가 27일 이라크 국경지역 쿠쿠르카의 군주둔지를 떠나 이라크 영내 전투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쿠쿠르카/AP 연합
국방장관 “쿠르드당 근절까진 철군없다”…이라크, 철군 압박 속 미국태도 변수
이라크 북부 침공 일주일을 넘긴 터키군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발본색원할 때까지 철군하지 않을 방침임이라고 터키 정부가 밝혔다. 그러나 며칠 안에 병력을 뺄 것이라는 엇갈린 보도도 나와, 이번 주말이 사태 장기화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벡디 고눌 터키 국방장관은 28일 터키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터키군은 필요가 있는 한 이라크 북부에 주둔할 것”이라며 이라크 쪽의 즉각 철군 요구를 거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아메드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 수석외교고문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테러리스트 기지들이 제거될 때까지 (철군) 일정표는 없다”고 말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미국은 현재의 공격이 되도록 짧아야 하고 정확한 목표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국방장관과 특정한 철군 일정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날 게이츠 장관은 터키군의 “빠른” 철군을 요구하면서 “‘빠른’이라는 표현은 며칠이나 1~2주를 뜻하며, 몇달은 아니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의 표면적인 강경 입장과 미국의 미온적 태도와는 별개로, 터키군이 곧 철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익명을 요구한 터키 고위관리가 27일 “이번 작전은 열흘이면 충분하다”며 3~4일 안에 철군한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호샤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터키 쪽과의 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뒤에도 “우리는 테러리즘과 쿠르드노동자당을 비난하는 동시에 이라크 주권에 대한 어떤 침해도 비난한다”며 철군을 거듭 요구했다.
터키군 작전이 계속되면서 양쪽의 희생은 커지고 있다. 터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이제까지 모두 230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터키군 전사자는 24명이라고 합참은 밝혔다. 쿠르드노동자당은 터키군 사망자도 100명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북부에서는 쿠르드노동자당 게릴라 3천~4천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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