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통령 음와이 키바키(왼쪽)와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오른쪽)가 28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권력분점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
키바키 대통령-오딩가 야당 대표 “유혈 종족갈등 종식”
케냐의 여야지도자들이 대통령 선거 이후 두달 남짓 유혈사태로 치달은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권력분점 협상에 합의했다.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과 야당지도자 라일라 오딩가는 28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협상을 중재해온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아프리카 연맹 대표인 자카야 키퀘테 탄자니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권력분점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난은 기자들에게 “두 지도자가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작업을 오늘 마쳤다고 여러분과 케냐 시민들에게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합의 내용을 보면 정부에 총리직와 부총리직 둘이 신설되며 총리는 의회 다수당에서 맡게 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현재 다수당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키바키 대통령과 맞섰던 오딩가가 이끄는 오렌지민주운동(ODM)이다. 그러나 총리의 구체적인 권한과 각료의 분배 방식 등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키바키 대통령은 합의문을 존중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합의문에 서명하게 돼 기쁘다”며 “나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봉에 설 것을 여러분에게 굳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키바키는 법 제정 등을 통해 이날 합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회가 다음달 6일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딩가는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처음으로 카바키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화답했다. 오딩가는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우리는 이 나라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며 “우리는 이번 합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케냐 국민들도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서명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는 호텔이나 식당, 가전제품 가게 앞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들어 서명식을 지켜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케냐는 지난해 12월 27일 대선에서 키바키 대통령이 오딩가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고, 정부가 이를 무력 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케냐 적십자사는 이 사태로 적어도 수백명이 숨졌으며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혈사태는 최근 들어 잦아들었지만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지도자에게 권력분점 협상을 종용했다. 그러나 협상은 여러차례 결렬 선언 직전까지 가는 등 순탄하지 못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국제사회는 그동안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지도자에게 권력분점 협상을 종용했다. 그러나 협상은 여러차례 결렬 선언 직전까지 가는 등 순탄하지 못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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