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맨 오른쪽)이 27일 차드에 도착해 이드리스 데비 이트노 차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르코지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맨 왼쪽)도 차드 대통령 부인 힌다 데비와 나란히 서 있다. 은자메나/AP 연합
이민자 단속·군사개입으로 자존심 상처
“대륙분열 조장” 반감…대중국 무역 증가
“대륙분열 조장” 반감…대중국 무역 증가
‘유럽이 아프리카를 잃었다.’
유럽과 아프리카가 2007년을 고비로 상호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두 대륙 간의 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간 〈슈피겔〉이 28일 보도했다.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라는 뿌리 깊은 악연에,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라는 현실이 양쪽을 더 갈라놓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이라는 ‘낙원’을 향해 쪽배에 몸을 실은 아프리카인 가운데 2007년에만 1861명이 숨졌다. 2006년에는 2088명이 죽었다. 합법적 이민은 철저히 가로 막혔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은 갈수록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바다에 떠돌던 아프리카인을 구해준 어부들이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프리카인들의 설움은 유럽을 향한 증오로 변했다.
아프리카인들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일들은 지난해 유난히 많았다. 아프리카인들이 유럽에 거주하는 친척을 방문할 때,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유전자 증거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프랑스 자선단체 관계자들이 보호자가 엄연히 있는 차드 어린이 100여명을 ‘불쌍하다’며 몰래 유럽으로 데려가려던 사건은 가뜩이나 상처받은 자존심을 짓이겼다.
지난해 12월 열린 유럽-아프리카 정상회의 때도 두 대륙의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참석하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폭정과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며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유럽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압박하고, 아프리카연합(AU) 대신 개별국가와 협상을 벌인 것은 분열 작전으로 여겨졌다. 또 유럽의 신식민주의적 군사개입도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랑스만 봐도 세네갈, 가봉, 아이보리코스트, 차드 등에 군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갈라진 틈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문제아’가 아니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003년 185억달러에서 지난해 46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취임 뒤 처음으로 남아공을 방문해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정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며,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더욱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상호관계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득을 얻는 대가로 독재자를 후원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아이보리코스트, 차드, 짐바브웨 등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중국의 대 아프리카 무역 규모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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