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평화협상의 성공을 이끈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케냐 국민에게 작별을 고하고 출국했다.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종족간 살육전이 한창이던 지난 1월22일 나이로비에 도착한지 40일 만이다.
아난 전 총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우리가 이 곳까지 오게 돼서 기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케냐가 안정되고 평화롭고 번창하며 환영받던 옛날의 케냐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케냐는 세계에 보여줄게 많다. 단결되고 조화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서로 힘을 합쳐달라"면서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여러분 각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정기적으로 돌아올 것이며 내가 필요할 때는 다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난 전 총장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하루 머물며 환경회의에 참석한 뒤 자택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향할 예정이다.
아난 전 총장이 케냐를 떠남에 따라 올루예미 아데니지 나이지리아 외무장관이 총리직 신설을 위한 헌법 개정과 장관직 배분 등 케냐 권력분점 협상을 마무리지을 중재 책임을 맡게 됐다.
한편 케냐 일간지 데일리 네이션은 이번 평화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난 전 총장이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라일라 오딩가 오렌지민주운동(ODM) 지도자를 각개격파 식으로 설득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협상 뒷얘기를 보도했다.
여야 협상대표 간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지도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난 전 총장이 두 사람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는 것.
또 자카야 키크웨테 탄자니아 대통령이 나이로비로 날아와 아난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마침내 두 사람이 캠프 내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뿌리치고 권력분점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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