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권운동가 우즈마 프로크
아프가니스탄 여권운동가 우즈마 프로크, 여성학교 성공 사례 화제
“우리의 아내와 딸을 꼬드겨 글을 가르치려는 그 여성을 제거해야 한다.”
우즈마 프로크(사진)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동북부 바다크샨주의 한 마을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지나다 동네 물라(이슬람 지도자)가 자신을 이렇게 비난하는 것을 들었다. 분노한 그는 물라에게 다가가 “5분만 시간을 달라. 그 뒤에도 내가 위협적인 존재라고 판단되면 나를 죽여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신도들 앞에서 아랍어와 다리어로 코란에 나오는 구절 5개를 암송했다. 교육과 관용의 중요성, 다른 사람을 해치지 말 것을 강조하는 구절들이었다. 프로크는 남자들이 아내와 딸을 구타하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끝난 뒤 침묵이 흐르는 회당에서 물라가 입을 열었다. “딸이여, 당신에게 신의 은총이 있을 것입니다.” 프로크는 그 마을에서 여성 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고, 졸업생들은 공직과 정계에까지 진출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5일 ‘이슬람교’를 무기로 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에 나선 20대 여성 프로크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가 아프간에서 거둔 성공이 국제 기구와 민간 단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란에서 양성 평등을 뒷받침할 논리를 찾기 위해 대학원까지 다닌 프로크는 기본적으로 ‘이슬람교 안에도 여성 해방을 위한 동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는 ‘국제 규범’과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외부인들의 논리는 아프간 주민들의 성차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지 7년이 지났지만,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고 있다. 인권단체인 ‘우먼카인드 월드와이드’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아프간은 가정폭력과 임신관련 사망률이 세계 최고에 이르고 있다”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하는 법률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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