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재건 지원 ‘보류된 약속’에 더 아픈 아프간

등록 2008-03-25 19:44수정 2008-03-25 22:45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파키스탄 토르캄에서 24일 아프간 난민 어린이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트럭 주위에서 놀고 있다. 토르캄/AP 연합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파키스탄 토르캄에서 24일 아프간 난민 어린이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트럭 주위에서 놀고 있다. 토르캄/AP 연합
250억달러 약속 미국 50% EU 30% 이행안해
내준 돈 40%도 컨설팅·주둔비로 다시 가져가
국제사회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이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94개 구호단체의 연합체인 아프간구호조율기구(ACBAR)는 25일 ‘폴링 쇼트’(부족)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국제사회의 약속 이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규모
아프가니스탄 파병 규모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뒤 국제사회가 아프간에 지원을 약속한 금액은 25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들어온 돈은 150억달러 수준이다. 약속한 지원금은 미국이 약 100억달러로 가장 많고, 유럽연합(약 17억달러)과 독일(약 12억달러)이 뒤를 잇는다. 미국은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보류’한 상태고, 유럽연합·독일도 미지급분이 3분의 1을 넘는다.

아프간에 들어온 돈 가운데 40% 가량은 컨설팅비·주둔비·기업이윤 등의 명목으로 ‘부자 나라’들에 다시 돌아갔다. 실제 구호와 재건 사업에 쓰인 비용이 효율적으로 지출됐는지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쪽이 맡았던 수도 카불 시내와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로의 건설에는 1㎞당 2300만달러가 쓰였다. 일반 도로 건설 비용의 4배 규모다. 미군의 하루 주둔에 필요한 비용은, 이곳에서 활동 중인 구호단체들이 사용하는 비용 전체의 10배가 넘는다.

재건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소탕 위주의 군사작전과 탈레반 무장세력의 저항, 이로 인한 정정 불안이다. 눈앞에 닥친 무장세력과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장기투자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은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프간을 이라크보다 불안한 나라로 꼽았다. 아프간 정부와 관료에 대한 불신도 한 원인이다. 미국의 지원금 가운데 6%만이 아프간 정부를 통해 사용됐다. 경험 없는 현 정부의 무능함과 뿌리 깊은 관료사회의 부패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국외에서 들어오는 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공적자금 가운데 국외 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이른다. 지원 감소는 고질적인 경제난의 악화로 직결된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팸의 매트 월드먼 고문은 “아프간의 개발 속도는 더디다”며 “가난과 갈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즉각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가 미국 대선 경쟁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것과 달리, 아프간은 이미 국제사회의 관심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하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다국적군(표 참조)은 지금도 전투·의료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아프간 사회에는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는데,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회의론이 팽배해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