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피신 신변엔 이상 없어…최근 몇년 동안 수차례 위협받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27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 옛소련 침공 격퇴 16돌 기념식장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본인은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건 발생 직후 텔레비전에 출연해 신변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시키며 “상황이 잘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 기관총과 유탄 발사기로 무장한 세력들이 15분 동안 공격을 퍼부으며 카르자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 무장세력 중 세 명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한 명은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 대통령과 현지 주재 외교관 등은 무사했으나, 의원 한 명의 사망을 비롯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단지 우리가 원하는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길 원했다”고 <로이터>와 <아에프페>(AFP) 통신과 한 통화에서 주장했다. 카르자이는 지난해에도 탈레반으로부터 로켓 공격을 받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의 암살 시도로 생명에 위협을 받아왔다.
2001년 미군의 탈레반 정권 축출 이후 아프간을 이끌어온 카르자이는 지난 6일 내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가 이끄는 아프간 정부의 통치력은 국토의 30%에만 미치고 있으며, 나머지는 최근 치안 불안을 틈타 급속히 영향력을 키워 온 탈레반과 지역 군벌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이번 암살 시도는 탈레반의 영향력이 카불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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