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레바논 또 내전위기…헤즈볼라, 수도 장악

등록 2008-05-09 19:28수정 2008-05-12 11:13

레바논의 시아파 반미 정치·군사조직 헤즈볼라가 9일 수도 베이루트를 장악한 뒤, 한 시아파 반군이 총을 들고 교차로를 지키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레바논의 시아파 반미 정치·군사조직 헤즈볼라가 9일 수도 베이루트를 장악한 뒤, 한 시아파 반군이 총을 들고 교차로를 지키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여당 지도자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
경제정책 두고 수니파와 무력 충돌
레바논이 또다시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수도 베이루트에선 친미 성향의 정부를 지지하는 수니파 세력과 시아파 세력인 헤즈볼라가 충돌한 이후 사흘 만에 헤즈볼라 쪽이 베이루트 서쪽을 장악했다고 외신들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11명이 숨지고 도시 기능은 마비됐다.

레바논 정부의 한 보안 관리는 이날 “헤즈볼라 세력에 대항할 자가 없어 더이상 베이루트 시내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총성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가까운 미래 상황조차 불확실하다며, 정파간 해묵은 갈등으로 레바논이 1975∼90년과 같은 내전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아파 세력이 베이루트를 장악한 뒤, 집권여당의 지도자 사드 알하리리와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는 베이루트 서쪽에 있는 집에 사실상 연금된 상태다. 푸아드 사니오라 총리도 삼엄한 경계 속에서 장관들과 함께 집무실에 머물고 있다. 줌블라트는 이날 친정부적인 <엘비시>(LBC) 방송을 통해 “누구도 베이루트를 일방적으로 점령할 수 없다”며 헤즈볼라 쪽과 대화할 뜻을 밝혔지만, 아직 특별한 진전은 없다.

반미 성향의 헤즈볼라 세력이 친미 성향의 레바논 정부를 사실상 무력화시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아랍 각 나라들은 양쪽에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레바논의 친미 정부를 지지하는 쪽은 헤즈볼라의 배후에 이란과 시리아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모한 개입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리아는 “국내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아랍 국가에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요청했다.

레바논의 내전 위기가 고조되자 각 나라들은 레바논의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쿠웨이트가 자국민 150명을 버스를 통해 시리아로 후송한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베이루트에 머물던 70명을 대피시켰다.

양쪽의 충돌은 지난 6일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노동조합연맹’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발해 벌인 시위를 친정부 수니파 세력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레바논 정부가 이날 헤즈볼라가 설치한 시리아와 헤즈볼라 사이의 통신망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레바논은 1926년 시리아로부터 독립했으며, 기독교와 이슬람의 다양한 종파 또는 분파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은 기독교 마로나이트파, 총리는 수니파, 의회 의장은 시아파가 나눠 맡는다. 각 세력이 의회를 분점하고 있는 탓에, 지난해 11월 친시리아 성향의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임기 만료 이후 아직까지 새 대통령조차 선출하지 못한 실정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현재의 사태에 깊이 우려한다”며, 양쪽이 모든 통행로를 즉각 다시 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조일준 이정애 기자 iljun@hani.co.kr

◇ 레바논 주요 분쟁 일지

△1926년 시리아로부터 분리, 44년 독립

△1975년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충돌로 내전 발발

△1989년 ‘타이프 협정’ 뒤 90년 레바논 내전 종식

△2005년 5월 레바논 총선서 반시리아 정파연합 승리 뒤 연립내각 구성

△2006년 7월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2006년 8월 레바논-이스라엘 휴전, 헤즈볼라 무장해제 요구

△2006년 12월 헤즈볼라, 푸아드 사니오라 총리 정부 전복투쟁 돌입

△2007년 11월 에밀 라후드 대통령 임기만료로 퇴임 이후 정파간 다툼 심화 새 대통령 선출 표류

△2008년 5월6일 헤즈볼라 지원받는 레바논노동조합연맹 시위, 친정부 수니파 세력이 저지

△2008년 5월7일 베이루트서 헤즈볼라와 친정부 지지자 충돌, 사상자 발생 등 사태 확산

△2008년 5월9일 헤즈볼라, 베이루트 서부지역 장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