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 유대인 최고 성지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고 있다. 머리에 쓴 ‘키파’는 하늘의 신에게 맨머리를 보여선 안 된다고 믿는 유대인들이 쓰는 전통모자다. 예루살렘 /AP 연합
이스라엘서 “미국과 특별관계 확인”…팔레스타인 난민촌은 방문안해
이스라엘 35시간, 팔레스타인 1시간.
중동지역을 순방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각각 보낸 시간이다. 오바마는 23일 흰색 유대인 전통모자를 쓴 채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추모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아온 이스라엘 남부 소도시 스데로트를 방문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그룹과 협상을 벌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오바마의 친이스라엘 행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장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세력 하마스는 “오바마의 발언은 우리를 겨냥한 범죄에 법적 보호를 해주는 것이다”며 비난했다.
오바마는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자리한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면담해 구색을 맞췄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에서 쏟아냈던 찬사 대신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혼자서 손가락을 까딱해서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촌 등은 방문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지난 6월에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분리될 수 없는 수도로 남아야 한다”는 노골적 친이스라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후 그는 예루살렘의 미래는 협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오바마가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신의를 의심하는 미국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24일치 사설에서 “오바마가 이번 중동방문에서 자신이 이스라엘의 친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해서 선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평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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