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출신 인기가수 수잔 타밈(31·사진)
수잔 타밈 사건 한달째 미궁
아랍권 의혹·추문 보도 ‘활활’
“여성 억압 현실 보여줘” 지적
아랍권 의혹·추문 보도 ‘활활’
“여성 억압 현실 보여줘” 지적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해변의 호텔식 주거지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에서 지난달 28일 레바논 출신 인기가수 수잔 타밈(31·사진])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은 한 달이 지나도록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그 이면에는 이슬람권의 여성 억압과 정치 압력 등 어두운 면모가 고스란히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밈은 19살이었던 1996년 레바논의 한 방송을 통해 대중가요계에 등장했다. 레바논이 배출한 여가수들은 ‘섹시하고 잘 노는 여자’의 이미지로 아랍권에서 ‘국제적’ 인기를 얻는다. 레바논은 전통적으로 주변 아랍 지역의 이슬람 나라들보다 성적으로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타밈도 아랍권에서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대학에서 만난 첫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오래 가지 않았던 타밈은, 2002년 자신의 매니저였던 아델 마툭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그러나 남편이 전업주부의 삶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싹텄다. 남편은 타밈이 금고의 돈을 훔치고 자신을 죽이려 했다며 소송을 냈다. 타밈은 이집트 카이로로 피신했고, 부동산 재벌인 한 이집트 슈라(상원)의원의 ‘보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타밈은 그를 떠나 두바이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밈 살해 사건의 용의자는 범행 뒤 90분 만에 카이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오래지 않아 치안당국에 체포됐다. 그리고 자신은 타밈의 ‘옛 연인’으로부터 살인 청부를 받았다며 이집트 재벌을 지목했다. 자백 열흘 뒤 그는 옥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들은 앞다퉈 의혹과 추문을 쏟아냈고, 이집트 검찰총장은 자국 언론의 관련 보도를 금지시켰다. 타밈 관련 기사를 내건 신문들은 시중에서 종적을 감췄다.
다른 아랍권 언론들은 이 용의자가 이집트 재벌의 보디가드 출신이며, 청부살인 대가로 100만~200만달러를 받았다는 등 후속보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아랍권의 지대한 관심을 두고 <슈피겔>은 “아랍권의 부모와 교육자들은, 순종적이지 않은 여성이 결국 왕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암울한 운명을 맞는다는 사실을 젊은 여성들에게 가르치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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