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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소녀, 폭탄조끼 어떻게 입게 됐나

등록 2008-08-30 01:40

지난 24일 이라크 경찰은 디얄라주 바쿠바시에서 폭탄 조끼를 입은 15세 소녀 라니아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이라크 경찰은 이 소녀가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하기 직전 마음이 바뀌어 경찰에 자수했다고 발표했었다가 추후 검문검색 도중 이 소녀가 폭탄 조끼를 입은 것을 적발했다고 정정했다.

이라크 경찰은 처음으로 자살 폭탄테러 용의자를 29일 이라크 언론에 공개했고 로이터 통신은 이 화면을 입수, 이 소녀의 옥중 인터뷰를 보도했다.

미군은 이 소녀가 `본의 아닌 테러용의자'라며 자살 폭탄테러를 저지를 의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 소녀는 그간 자살 폭탄테러를 한 다른 여성과 배경이 비슷했다.

아버지는 종파 간 분쟁이 극에 달했던 2006년 행방불명됐다가 수 주 뒤 강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테러 전문가들은 여성 자살 폭탄테러범은 대개 가족이 살해된 것을 보고 복수를 하기 위해 테러를 하기로 결심한다고 분석하곤 한다.

그러나 라니아는 "아버지가 살해됐지만 순교자(자살 폭탄테러)가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되기 하루 전인 23일 남편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친척들과 만날 것이라며 이들이 사는 집에 데리고 갔다고 한다. 그 집에서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다음날 아침 살구주스를 곁들인 아침을 먹었는데 주스 맛이 이상했다.

"주스에 뭐가 들었느냐"고 물었지만 친척이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들었다. 그냥 마셔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스를 마시자 어지럼증을 느꼈고 그 뒤로도 며칠 간 시름시름 앓았다고 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라크 경찰은 체포됐을 당시 그가 진정제 같은 성분에 취해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남편의 사촌이라는 한 늙은 여성이 완강히 저항했는데도 "걱정할 필요 없다"며 폭탄이 든 조끼를 입히고 붐비는 시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집을 떠나기 직전 나타나 "다음 세상에서 만나도 나를 선택할 것이냐"고 물었고 조금 안심이 된 그는 농담으로 "다른 남자를 선택하겠다"도 답했다.

약속 장소인 시장으로 가던 중 검문소에서 그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몸을 검색했고 폭탄 조끼가 발각됐다.

그는 "폭탄을 터뜨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며 "검문소에서 제지당했을 때 자수하고 싶었지만 무서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라니아는 "아무도 폭탄 조끼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말해주지 않았다"며 "그들이 원격 장치로 폭탄 조끼를 터뜨리려고 했는 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라니아를 친척이라는 사람들에게 데려간 남편을 찾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라니아의 인터뷰가 경찰의 감시하에 이뤄졌고 인터뷰 전 1주일간 구금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그의 진술이 강요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라크 내 폭력수위가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여성의 자살 폭탄테러는 올해 7월말 현재 모두 23건으로 지난해와 견주어 3배나 늘었다.

http://blog.yonhapnews.co.kr/khsyna/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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