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주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차량폭탄 공격이 일어나 16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17일 오전 경계가 삼엄한 예멘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 밖에서 차량 폭탄이 폭발하면서, 최소 1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예멘 내무부는 사망자 중 6명은 공격을 벌인 무장세력들이며, 6명은 예멘 내무부 소속 경호원, 4명은 시민들이라고 밝혔다.
예맨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아침에 대사관 정문에서 차량 폭탄이 폭발했으며, 처음의 폭발 뒤 여러번의 2차 폭발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목격자들은 대사관 입구에서 총을 든 범인들이 대사관을 지키던 예멘 경찰들을 공격했으며, 이어 차량 자살폭탄이 폭발하면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어 사방에서 로켓포가 대사관을 향해 날아들었다.
‘예멘의 이슬람 지하드’라고 밝힌 한 단체는 <로이터> 등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했으며, 앞으로도 영국,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대사관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전날 성명을 발표해 예멘 정부가 감옥에 수감된 자신들의 동료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공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시엔엔>(CNN) 방송은 미 정부 관리의 말을 따 이번 공격이 “알카에다식 방식”이라며, 알카에다 또는 이와 연계된 단체가 폭탄공격을 자행했을 가능성을 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극단주의자들과 우리가 전쟁중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밝히며, 미 대사관을 향한 테러를 비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오사마 빈라덴의 고향인 예멘에서는 최근 알카에다와 관련된 무장세력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 미국 대사관이 이미 한차례 공격을 받았었고, 이탈리아 대사관과 서방 관광객을 겨냥한 공격도 벌어졌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미국 석유회사 직원 가족 등이 모여 사는 거주단지가 로켓 공격을 받자, 필수 요원을 제외한 외교관들의 철수 명령을 내렸다가 지난달 해제했다.
예멘 정부는 9.11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해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여왔다. 이슬람 지하드는 2003년 이후 예멘 남부에서 보안군과 정유시설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어 예멘 정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