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부통령·현 내각 동반사임 발표 ‘안개정국’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5일 사임할 예정인 가운데, 과도 내각을 이끌어야 할 10여명의 각료들도 동반 사임을 발표했다. 또 음베키 대통령은 자신의 사임을 부른 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23일 품질레 음람보-응쿠카 부통령을 비롯해, 음베키 내각의 장관 11명과 차관 3명이 음베키 대통령을 따라 사임을 발표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이날 음베키와 함께 지난 10년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트레버 매뉴얼 재무장관이 사임 각료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아공의 랜드화와 주가는 한 때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음베키의 사임을 이끈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제이컵 주마 총재는 이날 “매뉴얼 재무장관 등 일부는 새 대통령이 요청하면 함께 일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며 “사태가 곧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주마는 내년 4월 대통령에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 내각은 주마의 최측근이자, 민족회의 부총재인 크칼레마 모틀란테가 이끌 예정이다. 하지만, 사임 각료 가운데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재정을 맡은 재무차관과 짐바브웨 권력분점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 온 지방정부장관도 포함돼 있어 국정운영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했던 음베키도 22일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음베키는 “법원이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주마에 대한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주마 총재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다”며 “이로 인해 나의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음베키의 사임은 이웃나라 짐바브웨의 권력분점 협상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짐바브웨는 지난 15일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30년 가까이 휘둘러온 권력을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과 나눠 갖도록 하는 합의안에 여야 대표자가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재자로 나섰던 음베키의 사임으로 새 내각 구성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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