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콜레라 감염 지역
의료진도 진료거부
짐바브웨가 전국을 강타한 콜레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1일 짐바브웨에서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83명에 달하며, 감염환자도 1만640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콜레라가 처음 발생한 이래, 가파른 속도로 감염환자가 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수도 하라레의 개천에선 악취를 풍기는 오수가 흐르고, 수백 가구가 이용해 온 공중화장실은 고장이 난 지 오래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0일 전했다. 깨끗한 식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콜레라 감염은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1500명 이상의 감염환자가 발생한 마스빙고 지역에선 대부분의 병원과 보건소가 문을 걸어잠궜다. 병세가 심각해졌지만, 얼마 전 강제 퇴원조처를 당한 데이비드 무야카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스빙고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월 2500달러를 지급받지 못하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극심한 식량부족은 굶주린 사람들을 야생과일에 의존하도록 부추기고 있지만, 이마저도 청결한 상태에서 먹지 못해 건강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비비시> 방송은 “짐바브웨의 콜레라가 사람들을 죽일 뿐 아니라, 나라의 전통적 규범과 가치마저 삼켜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수백명의 조문객으로 붐볐던 장례식장은 콜레라 공포로 인적이 뚝 끊겼고, 서로 악수를 하거나 가볍게 포옹하는 인사예절도 자취를 감췄다. 몇 달째 휴교령을 내린 학교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짐바브웨의 콜레라는 이웃나라로도 번지고 있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9명의 콜레라 사망자가 발생했다. 콜레라에 걸린 짐바브웨인들이 자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자 나라 바깥으로 옮겨간 탓이다.
지난 9월 시작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간의 권력분점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다. 최악의 경제난과 콜레라 파동으로 반정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짐바브웨에선 최근 야당 활동가가 최소한 20명 이상 실종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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